‘청년은 왜 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한 청년의 답변 [사람IN]

전혜원 기자 2026. 7. 1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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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쉬었음 인구’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지난주에 주로 무엇을 하였습니까’라는 통계청 질문에 육아, 가사, 재학·수강, 연로, 심신장애 등이 아닌 ‘쉬었음’이라고 답한 사람을 뜻한다. 지난해 ‘쉬었음 청년’이 20대는 40만8000명, 30대는 30만9000명에 달했다. 20대는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이후, 30대는 역대 최대치다. 수년 전부터 대서특필되며 한국 사회의 걱정거리로 자리매김했지만, 아직 뾰족한 수가 없는 현상이다.

이런 가운데 잡지 〈에스콰이어〉 7월호에 실린 한 글이 SNS에서 조용한 반향을 일으켰다. ‘청년은 왜 쉬는가’라는 제목의 이 글은 밤마다 PC방에 나가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쌀먹’으로 살아가는 친한 동생, 돈에 쪼들리지는 않지만 면접에서 거듭 미끄러진 뒤 사람 만나는 일 자체가 큰일이 되어버린 친구, 지방의 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나 졸업하던 해 생성형 AI의 등장을 지켜보고 구직 의욕이 바닥난 또 다른 친구의 이야기가 나온다. 글은 “처지가 이토록 다른 셋이 설문지 앞에서는 똑같은 한 칸에 모인다”라며 이렇게 쓴다. “떠들어도 안 듣고 들어줘도 안 바뀐다는 걸 학습한 사람에게 사정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일은 피곤하기만 할 뿐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이런 상황에서 ‘쉬었어요’는 패배의 고백이라기보다, 더는 설명에 드는 비용을 치르지 않겠다는 결정에 가깝다.”

잡지 <에스콰이어> 7월호에 ‘청년은 왜 쉬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쓴 장민욱씨. ⓒ김흥구

글을 쓴 장민욱씨(26)는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쓴 경남대 양승훈 교수의 제자로 현재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 장씨는 ‘쉬었음’이라는 단순한 명명을 비판하면서도 “그렇다고 청년들이 그 이름을 마냥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반발하자니 마뜩잖고 수긍하자니 마땅찮은, 시대가 쥐여준 미취업 상태의 마음을 ‘쉬었음’으로 묘사하는 데 어떤 괴리를 느끼고 있을 뿐이다”라고 짚는다. 그래서 이들은 “ㅋㅋ 나 이제 쉬었음 청년”이라고 가볍게 자조하는 길을 택한다고 장씨는 말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쟁은 과열했는데, 그 경쟁의 결과 대다수가 들어가게 될 중소기업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보상은 점점 낮아진다. 이러면 현실이 시궁창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내가 그렇게까지 일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2030에 대해 취업을 못하고 아이를 안 낳는다고, 혹은 보수화되었다고 각종 분석이 쏟아진다. 주변 지인들도 올림픽공원 시위에 많이 나갔다는 장씨는 “실제로 청년들이 노동시장 또는 일상의 주변 관계에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관심이 없는 채 표피적으로 이뤄지는 진단이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극우 세계관을 갖고 아스팔트로 나온 청년을 너무 쉽게 ‘다수’라고 투사하는 건 아닐까. 국민의힘을 왜 뽑았냐고 묻기 전에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돈된 자기 언어가 없는, 보편적 삶의 모델을 희망하지만 그것을 성취할 수 없어 좌절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전하고 싶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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