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조인성 아니면 상상도 못해..나홍진 10년 세계관 완성한 열연(ft.코리안 웨스턴) [Oh!쎈 리뷰]

연휘선 2026. 7. 1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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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말도 안 되는 액션이 영화 '호프'에서 휘몰아친다. 어딘지 모를 가상의 광활한 숲, 원시림에 외계인이 강림한 절체절명의 순간, 나홍진 감독의 휘몰아치는 코리안 웨스턴이 완성된다. 그 중심에 배우 조인성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호프'(감독/각본 나홍진, 제작 포지드필름스, 공동제작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웨스트월드,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개봉 직후부터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원래도 다양한 반응과 해석들이 나오는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에 이어 '호프' 또한 극과 극을 넘나드는 관람평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견 없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이 작품의 속도감. 156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만드는 밀도 높은 고난도 액션과 빈틈 없이 이를 채워넣은 환상적인 촬영 디테일이 전율을 자아낸다. 이에 '호프'의 액션, 그 중심에 있던 조인성의 활약상을 짚어봤다. 

조인성이 맡은 '성기'는 호포항에서 돈 되는 일은 다 하는 동네 청년이다. 그 뿐만 아니라 농촌계, 어촌계까지 주름잡는 동네 토박이로, 또 다른 주인공 호포항 파출소장 범석(황정기 분)과는 6촌 동생. 이에 그는 사냥꾼 형, 동생들을 이끌고 자경단처럼 동네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을 범석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조인성의 성기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다. 작품의 2막과도 같은 숲 속의 전투장면에서 그는 능숙하게 무리를 통솔하며 리더로서 정체 불명의 생명체들과 맞닥뜨린다. 처음 보는, 정의할 수 없는 그 것들과의 싸움에서 성기는 쉽사리 방아쇠를 당기지 않도록 주문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동네 동생들의 공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을 진다. 큰 키에 긴 팔, 다리와 능숙한 사냥꾼 솜씨와 무릎을 갈아넣은 혼이 담긴 액션으로. 

이는 극 초반 호포항 유일한 치안 공권력을 상징하는 파출소장이지만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범석과 더욱 비견된다. 선두에서 사냥꾼들을 이끌고, 마베이요(마이클 패스밴더 분)에 맞서 지구인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 아무리 나무에 던져지고 낙마하며 내팽개쳐져도 굴하지 않고 튼튼하다 못해 부러질 줄 모르는 그 모습이 나홍진 감독의 짓궂은 캐릭터 네이밍 여파일지 궁금해질 정도다. 

나아가 이는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호프'의 마무리와 이어지며 또 다른 국면을 기대하게 한다. 범석이 정체불명의 괴물에게도 비애와 죄책감을 느끼고 성찰하는 인물이라면, 성애(정호연 분)는 아무리 괴물이래도 이렇게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며 공권력의 도덕성에 입각한 인물이다. 반면 성기는 지구인의 생존을 대표하는 명백한 직선적인 히어로다. 반드시 인간과 괴물의 재회 그 이상이 담길 듯한 '호프' 후속작이 나온다면 범석, 성기, 성애도 갈등하고 대립할 수 있다는 암시마저 남긴다.

제복을 입고 검증받은 공권력인 범석, 성애와 달리 좋게 봐야 건실한 동네 청년으로 마을을 지키는 자경단인 성기의 처지 또한 이를 상기시킨다. 한국과 루마니아 등지를 오가며 촬영한 '호프'는 호포항이라고 불리지만 한국이라 설정하기 어려운 가상의 세계관에서 나홍진 감독 만의 자율적인 창의력을 극대화시킨다. 그 안에서 조인성은 결코 과거 한국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던 빨간색 픽업 트럭, 서부극 보안관이나 입을 법한 털 달린 청자켓, 사냥꾼의 총과 총알을 들고 경찰과는 또 다른 보안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모래 날리는 펍에서 맥주나 위스키 대신 울창한 숲 속 시체 잔해 옆에서 총각무와 주먹밥을 먹는 순간조차도 조인성은 이 기묘한 조합을 영화적 미장센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배우의 존재감과 소화력이 연출된 설정과 어우러져 마치 한국식 서부극, 코리안 웨스턴이 존재했다면 이랬을까 하는 상상을 자극한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에서 무당을 국민 배우 황정민이 연기하는 것에 누구라도 눈을 떼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엔 ‘호프’에서 조인성이 연기하는 성기가 아무리 황정민, 정호연과 따로 무명의 조연들과 숲을 다니더라도 머리에서 지우고 볼 수 없던 이유다. 마침내 숲을 나와 들판과 도로를 질주하며 펼치는 서부극과 카체이싱을 합친 듯 후반까지 몰아치는 액션에서 조인성은 언제 외계인에게 갈릴지 모르는 추격 대상이 된 공포감과 벌벌 떠는 촌극의 웃음부터, 한 칼을 보여주고 만다. 몇 번이고 스크린으로 보고 싶게 만드는 존재감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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