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BI 자금 42조 유입의 '착시'…실질 증가는 18조

최수진 기자 2026. 7.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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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패시브 자금보다 기존 비국고채 자금의 '국고채 이동' 효과 뚜렷
매수 자금 상위 10개 지표물에 집중…초장기물 6조 매수에도 금리 상승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한국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본격화된 이후 외국인들의 대규모 채권 매수세가 연일 화제다. 편입이 개시된 지난 3월 말부터 최근까지 42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순매수 수치를 들여다보면, 실제 새롭게 유입된 해외 패시브 자금의 강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오히려 철저한 최적화 전략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따른 자산 재배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채권을 총 42.2조원 순매수했다. 이 중 국고채 순매수만 38.6조원에 달해 WGBI 편입 효과가 나타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 중 23.4조원이 만기 상환돼 원금을 되돌려 받았다. 순매수에서 상환액을 차감한 전체 채권의 실질 보유잔액 증가는 18.8조원으로, 표면적인 순매수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더욱이 국고채 보유잔액은 30.9조원 증가한 반면, 통안채, 외평채, 금융채 등 비국고채의 순보유는 12.1조원 감소했다. 이는 순수한 신규 해외 자금 유입보다는 기존에 외국인이 보유하던 비국고채 자금이 국고채로 대거 이동(포트폴리오 리밸런싱)한 셈이다.

월별 기준으로 5월에만 실질 잔액이 10.8조원 늘었을 뿐, 국고채 만기가 집중된 6월(순매수 13.6조·상환 9.6조)이나 7월 초에는 실제 자금 유입 강도가 현저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76%가 상위 10개 종목에 쏠려

외국인의 매수 패턴 역시 WGBI 지수를 그대로 복제하는 기계적인 패시브 자금과는 거리가 멀었다. WGBI 편입 대상인 67개 국고채 종목 중 85%에서 매수가 발생하긴 했으나, 실제 자금의 76.2%는 유동성이 높은 상위 10개 신규 지표물에 쏠렸다.

발행 잔액이 1%대에 불과한 신규 지표물이 실제 순매수 비중에서는 17~18%를 차지했다. 글로벌 운용사들이 모든 적격 종목을 동일하게 담는 대신, 거래가 쉬운 지표물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하는 최적화 운용을 택한 것이다.

만기별로는 3~5년, 10년, 30년 구간에 매수가 집중되는 바벨 구조가 확연했다. 전체 매수의 29%가 집중된 3~5년 구간에서 절대금리와 유동성을 확보하고, 10년·30년 구간에서는 WGBI 편입에 필수적인 '장기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을 챙기는 전략이다.

◆초장기물 6조 샀는데 금리는 올랐다

이번 WGBI 자금 유입 국면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초장기 금리의 역설'이다. 분석 기간 동안 외국인은 장기 듀레이션 확보를 위해 30년물 이상 초장기물에서 약 6조원의 대규모 순매수를 집행했다. 구조적인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시장에서 초장기물 금리는 오히려 상승(가격 하락)했다.

이는 외국인의 WGBI 패시브 수요만으로는 부채연계투자(ALM) 수요가 둔화된 국내 보험사들의 매도세와 정부의 초장기 국고채 공급(발행) 확대를 온전히 상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외국인 자금은 시장 금리의 방향을 꺾어 내리기보다는, 쏟아지는 물량을 받아내는 수급 완충(방어) 역할에 머물렀다는 설명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향후 WGBI 자금의 실제 집행 강도는 단순한 순매수 규모가 아니라 '외국인 국고채 보유잔액의 지속적 증가'와 '비지표물 편입 확대 여부'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며 "초장기물은 외국인 수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보험사 수요와 공급 여건의 영향력이 우세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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