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촌 골목에서 만난 1948년의 여름, ‘제헌국회전시관’을 가다 [제헌 78주년]

구민주·박성의 기자 2026. 7.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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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빨간 날’ 재지정…숨은 제헌 역사 담아 5월 새단장
한글 문패·한옥 구조에 늘어나는 발길…“하루 평균 50~60명 방문”
조정식 의장도 방문…“민주주의 출발점 한눈에 보여주는 소중한 공간”

(시사저널=구민주·박성의 기자)

대한민국 최초 민주주의 선거로 선출된 제헌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제헌동지회'가 1983년부터 2008년까지 사무실이자 사랑방으로 사용하던 공간인 제헌국회전시관. 서울 종로구 통인동 서촌 길목에 위치해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경복궁 옆 서울 서촌 골목을 걷다 보면 주변의 건물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은 대문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마치 다른 세상으로 이어질 것 같은 하얀 아치형 문틀엔 '제헌국회전시관', 그리고 옛 이름 '제헌회관'이 나란히 적혀 있다. 자녀 손을 잡은 부모와 나들이 나온 대학생 무리, 한복을 입은 외국인관광객들이 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대문 틈으로 조심스레 내부를 들여다보곤 한다.

문을 열면 곧장 한옥 마당이 펼쳐진다. 1948년 직접 국민의 손으로 처음 선출된 초대 제헌국회의원들의 모임 '제헌동지회'가 1983년부터 2008년까지 사랑방으로 사용하던 역사 깊은 장소다. 당초 주1회만 개방됐던 제헌회관에서 지난 5월 제헌국회전시관으로 새 단장한 뒤, 매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제헌국회전시관의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한옥으로 지어진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시사저널 박은숙

"얼마 전까지 '制憲會館(제헌회관)'이란 한자 간판을 달고 있어 시민들이 선뜻 다가오지 못했고 '식당'인줄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5월 제헌국회전시관으로 새 단장을 하며 한글 간판으로 교체했더니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은 젊은 청년들, 특히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10일 만난 전시관 관계자는 재개관 후 두 달여 간 특별한 홍보 없이도 평일 하루 평균 50~60명의 시민들이 꾸준히 이곳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공립 박물관 중 상당수가 평일 관람객 10명을 넘기기 힘든 현실을 감안했을 때 의미 있는 수치다.

종이로 만들어진 의원증 등 제헌국회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유물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의원 월급은" "개원식 기도로 시작"…공간 채운 '교과서 밖 이야기'들

마당을 지나 한옥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기틀이 된 제헌국회의 역사와 제헌의원들의 삶이 한 편의 이야기처럼 펼쳐져 있다. 당시 제헌의원들이 실제 사용했던 유물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이야기의 생동감을 살려준다.

역사 교과서에 담겨 있지 않은 일화 앞에서 방문객들의 발걸음은 유독 오래 머문다. 전시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원 임영신,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3개의 이름으로 독립운동을 했던 이청천(지청천) 의원 등의 이야기, 1948년 5월31일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목사가 단상에 올라 기도를 하게 된 이유 등이 적힌 벽 앞에 많은 방문객들이 한참을 서 있곤 한다"고 전했다.

월급이 공무원 사무관 수준에 머물렀던 제헌의원들의 생활상, 허름한 복장 탓에 번번이 국회 출입이 막혀 의원마다 종이로 된 의원증을 옷깃에 달고 다녀야 했던 당시의 풍경도 전시관 곳곳에 그려져 있다.

제헌국회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공간 ⓒ시사저널 박은숙

"공휴일 부활 맞아 방문 늘길 기대…굿즈도 계획"

대한민국의 근간이자 민주주의의 보루인 헌법의 생일 '제헌절'은 지난 2008년 주 5일제 도입 등을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무려 18년이 지나 올해부터 다시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 제헌절이 다시 휴일이 되면서 전시관 문을 두드리는 시민들의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3일엔 조정식 국회의장도 제헌유족회 관계자들과 전시관을 직접 찾아 시민들의 방문을 독려했다. 조 의장은 전시를 둘러본 후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민주주의의 출발점을 한눈에 보여주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민주주의를 제창했던 제헌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헌법 정신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시관은 오는 연말 추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디지털' '체험형' 공간으로 한 번 더 '업그레이드'를 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향후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이 제헌절을 기념할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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