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수석과학자 "허위정보는 중대한 위기"… '사회적 회복력' 주목
호주 정부 독립적 과학 자문관
허위정보, 코로나19 등 위기 대응 나침반
"호주의 기초과학, 한국 기술혁신 시너지 기대"

“허위 정보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단 몇 분 만에 전 세계로 퍼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규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는 게 호주 사회가 내린 결론입니다.”
토니 헤이멧 호주 수석과학자는 지난 15일 서울시청 인근의 한 호텔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온라인 허위정보 대응 노력을 소개했다. 그는 이날 열린 한국-호주 미래포럼 참석 및 과학기술 협력 논의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호주 수석과학자란 정부가 국가 이익을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과학적 자문을 하는 직책이다. 총리가 임명하지만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필요시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를 통해 연구과제를 위촉한다. 지난해 1월 제10대 수석과학자로 임명된 헤이멧은 물리화학자이자 해양학자로 미국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교수를 역임했고 해양 로봇 제조기업 MRV시스템스를 창업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수석과학자는 호주 사회가 혼란을 겪을 때마다 나침반 역할을 해 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 앨런 핀켈 당시 수석과학자가 전국 역학조사 시스템을 검토하고, 바이러스와 백신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빠르게 대응한 게 대표적이다.
헤이멧 수석과학자와 NSTC가 지난 4월 허위정보 관련 연구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호주 사회는 기후변화 부정론이나 백신 관련 가짜뉴스 등으로 몸살을 앓은 뒤 허위정보 대응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호주가 ‘회복력’을 대안으로 주목한 이유다. 헤이멧 수석과학자는 “연구 결과 아이들보다도 고령층이 허위 정보에 더 취약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허위정보가 반복적으로 유통되고 누구든 거기에 노출되면 이를 흡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 스스로 여러 주장을 스스로 검증할 수 있으려면 교육은 물론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더 빠르고 그럴듯하게 확산되는 허위정보, 기후변화 등 인류가 당면한 과학 난제를 해결하려면 여러 국가의 공동 노력이 필수다. 헤이멧 수석과학자가 한국을 찾은 이유다. 그는 지난 14일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과 만나 다자연구 협력을 논의했다.
헤이멧 수석과학자는 한국이 전략적으로 연구 인프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산업 응용 및 혁신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에 주목했다. 기초과학 강국을 자부하는 호주이지만 상업화는 아픈 손가락이기 때문이다. 그는 “호주는 태양광 패널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중요한 연구를 많이 했지만 정작 상업화 기회를 놓치고 중국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와 한국의 강점이 다른 만큼, 헤이멧 수석과학자는 협력을 통해 더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의 핵심광물과 한국의 과학기술이 만나 더 강력한 공급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방산 기술 및 바이오 분야에서의 협력도 기대하고 있다”며 “한-호 과학 인재들이 적극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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