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초복인데 개고기는 찾지도 않네요” 모란시장 보신탕 거리 가보니

원종빈 기자 2026. 7. 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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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개고기 금지 앞둔 마지막 초복
‘보양식 성지’던 보신탕 거리는 한적
상인들은 “정부가 영업 손실 보상하라”
지난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보신탕 거리를 시민들이 돌아다니고 있다./원종빈 기자

“요즘 누가 보신탕 먹어요? 비싸서 다 흑염소탕 먹지.”

초복이던 지난 15일 오후 2시쯤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보신탕 거리에는 손님이 드물었다. 시장 상가에 늘어선 보양식 식당 10여 곳 중 두세 곳에만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모란시장에서 보신탕과 흑염소탕을 파는 김모(57)씨는 “집에서 반려견 키우는 사람도 많고, 보신탕 가격도 비싸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내년 2월부터 개고기가 전면 금지되는 가운데, 여름철 보양식 성지로 명성이 높았던 모란시장 보신탕 거리는 이미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보신탕 가게 상인들은 “아직 개고기 판매가 합법인데도 벌써 손실을 보고 있다”며 “정부가 영업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24년 2월 제정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에 따라 내년 2월부터는 개고기를 유통·판매하거나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이번 여름이 합법적으로 개고기를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여름인 셈이다.

하지만 성남 모란시장에는 벌써부터 보신탕이 자취를 감췄다. 가게 대부분은 메뉴판에서 보신탕 메뉴에 하얀색 테이프를 붙여 놓는 등 메뉴를 지웠다. 일부 가게는 손님이 직접 물어봐야만 주문할 수 있었다.

개고기의 빈자리를 채운 건 흑염소였다. 몇몇 가게는 앞에 ‘흑염소 전문점’이란 현수막을 커다랗게 붙여 놓기도 했다. 모란시장 거리 한복판에는 흑염소가 ‘모란 흑염소 특화 거리’라는 안내판을 들고 있는 구조물이 들어서 있었다.

모란시장 상인들은 개고기 금지를 앞두고 이미 매출액이 70% 이상 줄었다고 했다. 정부 단속 때문에 개고기 공급 가격과 보신탕 값이 올라 보신탕을 찾는 손님이 끊겼다는 것이다. 모란시장에서 건강원과 보신탕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6)씨는 “정부 단속 때문에 개고기 공급 업자가 줄어든 나머지 식용견 1마리에 200만~220만원까지 값이 올랐다”고 했다.

실제로 전국 식용견 사육 농장 수는 최근 눈에 띄게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10월 1537곳이었던 전국 개 사육 농장은 2025년 12월 333곳으로 줄었다. 올해에도 61곳이 추가로 폐업하면서 2년도 안 돼 전체 농장의 82%가 문을 닫았다.

그 결과 보신탕 가격은 1인분에 3만원까지 올랐다. 보신탕을 찾던 손님들은 발길을 끊거나, 가격이 1만5000원 정도 저렴한 흑염소탕을 주문하는 실정이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보신탕 거리를 시민들이 돌아다니고 있다./원종빈 기자

정부 지원금에 대해서도 상인들은 불만을 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업종 전환을 원하는 보신탕 판매자는 가게 간판과 메뉴판 등을 바꿀 수 있는 교체 지원금 2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개고기 금지로 떨어진 매출액에 비하면 지원금은 받으나 마나 한 돈”이라고 한다. 이달부터 보신탕을 메뉴에서 뺀 국밥 가게 사장 이민기(53)씨는 “지원금을 바로 주는 것도 아니고, 신청하러 왔다 갔다 하기도 귀찮다”며 “그냥 메뉴판에서 보신탕만 없애고 장사하는 게 훨씬 편하다”고 했다.

이에 가게 운영을 포기하겠다는 상인들도 있다. 모란 시장 뒷골목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김경자(75)씨는 내년 2월까지만 가게를 운영하고 폐업할 계획이다. 김씨는 “대로변에 있는 가게들과 달리 우리 집은 뒷골목에 있어서 단골 장사 위주인데, 보신탕을 못 팔면 단골이 다 끊겨서 장사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보람 전국육견관련자영업자협의회 대변인도 “2년 전부터 정부에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안을 요구했지만 받은 게 없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보신탕 가게 중 업종을 전환한 숫자도 아직 적다. 식약처 통계를 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업 희망 보신탕 업소 3236곳 중 실제로 업종을 바꾼 업소는 563곳, 17.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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