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이 따로없네"…9000피에서 6000피까지 요동치는 코스피
빅테크 실적 발표 이후 변동성 완화 기대
레버리지 규제는 미봉책…"수급 안정돼야"

9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매일 급등락을 반복하며 6000선까지 밀려났다.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피크아웃 논란,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수급 충격이 겹치면서 변동성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는 이달 말 SK하이닉스와 글로벌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AI 투자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변동성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63.81포인트(6.37%) 내린 6820.60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부터 매도세가 쏟아지며 오전 9시10분에는 프로그램 매매 매도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서만 37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으로 매도 사이드카 19회, 매수 사이드카 18회에 달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코스피는 9000선을 웃돌며 사상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빅테크 투자 우려, 반도체 고점 논란, 외국인 매도 확대가 동시에 겹치면서 상승 흐름은 급격히 꺾였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쏠려 있던 수급이 한꺼번에 흔들리면서 낙폭은 예상보다 훨씬 커졌다.
증권가는 국내 증시의 높은 반도체 의존도를 변동성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없는 경쟁력 있는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수급이 대부분 국내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안전판 역할을 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기업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금은 업황을 둘러싼 확신이 부족하다"며 "가격이 단기간 크게 하락하면 수급 공백이 발생하고 작은 충격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패닉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빅테크 실적에 쏠리는 눈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지정학적 위험과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 레버리지 ETF에 의한 가격 교란 등이 최근 약세의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핵심은 AI 투자 버블에 대한 우려"라며 "다만 이는 펀더멘털 훼손이라기보다 투자심리에 반영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7월 10일까지 국내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AI 투자 정점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7월 말 글로벌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AI 수익성과 설비투자 계획이 다시 확인되면 시장도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실적 시즌이 시작되고 SK하이닉스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시장 변동성을 키웠던 AI 산업과 반도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분위기 반전 여부는 결국 실적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 수석매니저 역시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과 글로벌 빅테크들의 설비투자 계획 업데이트가 투자심리 회복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펀더멘털 훼손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번 조정은 과열 해소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조정 국면을 매수 기회로 판단했다. 그는 "실적과 경기 등 펀더멘털 환경이 견고해 언제든 상승 추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7월 중순 이후 2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 분위기 반전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을 통해 AI 산업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다"며 "AI 설비투자 확대 여부와 고객 수요에 대한 언급이 이번 반등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해결책 아냐"…관건은 '수급'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 ETF는 상승할 때도 변동성을 키우고 하락할 때도 변동성을 키운다"며 "코스피가 9300선을 넘을 때도 분명히 상승 탄력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수석매니저는 "기본예탁금 상향은 신규 개인투자자 유입 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미 형성된 잔고와 기관 헤지 거래, 장 마감 리밸런싱까지 줄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동성공급자(LP) 기능 강화는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의 괴리를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초자산 자체의 방향성을 바꾸는 수단은 아니다"라며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LP가 위험 노출을 줄이면 오히려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따라서 장 마감에 집중되는 기계적 매매(리밸런싱)를 얼마나 분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변동성의 본질을 단일종목 레버리지보다 국내 증시의 취약한 수급 방식에서 찾았다. 개인투자자와 일부 상품에 자금이 집중된 시장에서는 작은 악재에도 매매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에서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일 뿐 시장을 흔드는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장기적으로는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지금 시장의 본질적인 문제는 국내 시장의 수급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변동성을 줄이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외국인과 장기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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