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항만 파괴돼도 문제 없다”…해안에 뜬 韓美 부교 연합지원훈련 가보니

전현건 2026. 7.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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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T·CJLOTS 한·미 동맹 전략적 유연성
4400여명 한·미 병력·600여대 장비 투입
15일 포항 도구해안에서 진행된 연합합동지속지원훈련(CJST)에서 해병대 K1A2 전차가 부유식 부교를 통해 해안으로 양륙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령부 제공]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15일 정오 해병대 1사단이 위치한 포항 도구 해안, 뜨거운 모래사장 옆 바다에는 민간 임차 선박과 군함, 수송지원정, 그리고 해안과 바다를 잇는 거대한 부유식 부교가 긴 띠처럼 누워 있었다. 한국군과 미군이 ‘항만이 없는 전장’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낸, 말 그대로 바다 위 임시 항구다.

한미연합군사령부는 지난 13일부터 오는16일까지 4400여 명의 한·미 병력과 600여 대 장비를 투입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합동지속지원훈련(CJST)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박진원 연합사 군수참모부장은 “CJST로 지상·해상·공중을 통한 전 영역 지속지원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지속지원력이 곧 전쟁 승리를 보장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전적인 연합훈련을 통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번 훈련이 단순 시범을 넘어 연합 작전 개념의 정교화를 겨냥한 것임을 시사했다.

CJST는 한반도 유사시 인원·장비·유류 등 물자를 원활하게 이송하는 절차를 숙달하기 위한 한·미 군 당국의 야외기동훈련(FTX)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터졌을 때 미 본토의 증원 전력과 보급을 염두에 둔 훈련이다.

이번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CJST의 하위 훈련인 연합합동해안양륙군수지원(C/JLOTS) 훈련이었다. CJLOTS는 전시에 항만이 파괴된 경우를 가정해 해상에 부교, 부유식 접안시설 등을 만들어 물자를 수송하는 훈련이다. 양국 간 해양양륙군수지원훈련이 이뤄진 건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프레더릭 크리스트 연합사 군수참모차장은 “CJST를 통해 한·미 동맹은 항구가 없는 해안을 통해 전투력을 전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처음으로 한국군 시스템을 통해 미군 함정의 화물을 하역함으로써 실질적인 상호운용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군 함정에서 내린 장비·물자를 한국군 라츠 체계로 해안에 양륙하는 방식으로, 양국 군수 체계가 실제 작전 환경에서 서로의 자산을 공유·운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15일 포항 도구해안에서 진행된 연합합동지속지원훈련(CJST)에서 해상 수송자산을 통해 하역된 물자를 적재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령부 제공]

포항 해안에는 민간 임차 크레인 바지선과 차량운반선, 수송지원정 등 동원 선박이 다수 투입됐고, 부유식 부교와 적하역 계류부교를 통해 차량·장비·컨테이너·포장화물을 해변으로 직접 끌어올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취재진에 공개된 건 미군 차량이 미측 부교를 통해 해안으로 상륙하는 모습이었지만 훈련 기간 한·미가 서로의 시설을 교차 활용했다는 게 연합사 설명이다.

연합사 관계자는 “지난해 도입된 한국 해군의 합동해안양륙군수지원체계가 이번 CJLOTS에 최초로 투입했다”며 “미군 장갑차가 한국군 체계를 통해 해상에 상륙하거나 한국 물자를 미 수송선으로 옮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안 양륙이 끝나면, 물자와 장비는 해병대 1사단 ‘전투 연병장’으로 불리는 전투근무지원지역(CSSA)으로 옮겨진다. 연합사 관계자는 “CSSA 안에는 야전병원, 물자 적재 창고, 현장 수리소, 파워팩 교체를 포함한 전차 엔진 현장 수리 공간이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고장난 장비를 후방으로 빼 정비해야 하지만, 유사시에는 현장에서 바로 고쳐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3D 프린터를 활용한 중요한 부품 제작도 논의되고 있었다.

‘드론 위협’을 전제로 한 안티드론 체계도 본격적으로 반영됐다. 드론이 전 세계 전장에 막대한 파급력을 갖는 가운데 이를 차단·무력화하는 훈련을 포항 해안에서 실제로 진행한 것이다.

포항 해안 일대에는 적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탐지 레이더와 재밍(전파 방해) 장비, 벌컨포 등이 설치돼 해안양륙 거점이 단순 군수 물자가 모이는 곳이 아니라 방공·전자전까지 결합된 종합 지속지원 허브로 운용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물자·장비에는 드론 관측·공격을 어렵게 만드는 차폐 덮개를 씌우고, 드론건과 같은 안티드론 체계, 소프트킬 방식의 전파·신호 교란 수단을 함께 운용했다. 기존의 포탄·기관포 중심 하드킬 대응에 더해, 전파·센서 영역까지 확장된 ‘복합 드론 대응망’을 실전 환경에서 시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5일 포항 도구해안에서 진행된 연합합동지속지원훈련(CJST)에서 한미 해군이 합동해안양륙군수지원(CJLOTS)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령부 제공]

이번 훈련의 목적을 둘러싼 해석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확장된다. 표면상으로는 한반도 유사시 대비 한·미 체계 간 상호운용성 검증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비상사태를 염두에 둔 미 측 구상도 녹아들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켈리 웨이 CJLOTS 합동기동부대 사령관에게 취재진이 “이번 훈련이 북한의 도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성격도 있는지”를 질문하자 “CJLOTS는 미군 지휘관뿐만 아니라 모든 합동군 지휘관들에게 고정된 항구 시설의 도움 없이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한다”며 “이는 어느 지역, 어느 시기이든 이동의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한국군과 미군 간의 상호운용성은 억제력을 만들어낸다”며 “한·미가 함께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 필요할 경우 언제든 함께 작전을 전개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부연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중·대러 관련 질문에 ‘어느 지역, 어느 시기이든 이동의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답변했다는 건 해당 훈련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주한미군은 이번 훈련의 목적을 ‘대한민국 방어’로 분명히 못 박았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CJLOTS의 목적은 한·미가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해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있다”며 “이번 훈련은 방어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침략을 억제하고 필요하면 싸워 이길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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