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목요일' 악몽에 빠진 코스피…신현송 총재 "금리가 주가 다 결정 안 해"

송요섭 기자 2026. 7. 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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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당일 코스피 장중 급락…삼전 9%·하이닉스 12%↓
"증시 조정돼도 금융시스템 충격 크지 않아…닷컴버블 때도 제한적"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 봐야"…올해 성장률 2.6% 큰 폭 상향 예고
16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제공=한국은행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가 주가를 전부 좌우한다는 평가에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가운데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금리만으로 주가 움직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16일 신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이 증시 조정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질문에 "지금 주가 변동성이 많이 커졌지만 금리가 주가를 다한다는 평가에는 100%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른 변수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급락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553.54포인트(7.60%) 내린 6730.87까지 밀렸다. 전날 회복한 7000선도 하루 만에 내줬다. 오후 1시20분 기준 코스피는 452.55포인트(6.21%) 하락한 6831.86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9%대, SK하이닉스는 12%대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신 총재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주가 등락 자체보다 증시 변동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정책을 하는 입장에서는 주가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가 가장 큰 관심"이라며 "주식은 부채나 유동성과 관련된 다른 지표와 달리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되는 경로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에서도 주식시장의 급락이 금융제도 전체의 위기로 번진 사례는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2000년대 초 미국 나스닥시장의 닷컴버블 붕괴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당시 기술주가 폭락했지만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금융기관과 신용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주가가 오르면 자산이 늘어난 가계가 소비를 확대하는 이른바 '부의 효과'도 한국에서는 제한적이라고 봤다. 신 총재는 "한국은행이 측정한 수치로는 주식 가치가 100만원 증가했을 때 소비가 약 1만3000원 증가한다"며 "큰 그림으로 보면 그렇게 큰 효과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최근 주식시장의 흐름을 판단하려면 반도체 기업의 주가보다 반도체 제품 가격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가보다는 반도체 가격을 계속 주시하는 것이 좋겠다"며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아니라 반도체 가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에는 글로벌 투자 심리와 밸류에이션, 투자자 구성 등 다양한 변수가 반영되지만, 반도체 가격은 수출 단가와 기업 이익, 국민소득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지만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2% 늘었다. 반도체 수출 물량뿐 아니라 가격이 급등하면서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신 총재는 "13.2%라는 수치는 결국 반도체 가격 때문에 가능했다"며 "반도체 가격 상승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추세와 통화정책에 상당히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이 수출과 투자뿐 아니라 기업 이익과 임금, 세수 증가를 거쳐 내수로 퍼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신 총재는 "GDP의 모든 구성 요소가 상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출과 투자뿐 아니라 소비도 5월 전망을 웃도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내놓은 전망치 2.6%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총재는 "지금 판단으로는 2.6%가 너무 낮다"며 오는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상당 폭 올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해지면서 물가 압력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뿐 아니라 운송비와 생산비 등을 거쳐 상품·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간접 효과가 아직 진행 중인 데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소득 증가가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한국은 경기 회복세가 약한 주요국과 달리 성장세가 상당히 강하다"며 "비용 측면의 물가 압력에 더해 수요 측면에서 나오는 압력도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코로나 이후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해 대응이 늦었던 사례도 언급했다. 신 총재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수요 측 물가 압력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데 금융통화위원들이 어느 정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인상을 전원 일치로 결정했다. 신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신 총재는 "앞으로 있을 몇 차례 회의가 모두 살아 있는 회의"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앞으로 나오는 지표를 보고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지난 5월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이 뒤늦은 대응이었다는 지적에는 "당시에도 올릴 수 있었지만 경제 흐름과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컸다"며 "한 번 더 보고 가도 된다고 판단했고, 지금도 실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송요섭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