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화면 밖으로 나온 '붕괴:스타레일', 체험형 공간 채운 3년 여정
8분 영상관 중심···게임 속 6개 지역 재구성
한정 특전·2차 창작 전시 결합···IP 소비 확장

[시사저널e=장민영 기자] 호요버스가 모바일 게임 '붕괴: 스타레일'의 3년간 이야기를 약 450평 규모의 체험 공간으로 옮겼다. 캐릭터 그림과 상품을 진열하는 기존 전시에서 한 단계 나아가 관람객이 게임 속 지역을 순서대로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게임 화면 밖에서도 이용자와 지식재산권(IP)의 접점을 이어가려는 장기 운영 전략이 반영됐다.
17일 정식 개막을 앞두고 찾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지하 3층 인근 전시장 입구는 게임 속 우주열차를 본뜬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관람객은 게임에서 여러 행성을 여행하는 주인공을 뜻하는 '개척자'가 돼 열차에 탑승한다는 설정으로 전시를 시작한다.
전시명은 '붕괴: 스타레일-별 사이를 걷는 회고록'이다. 지난 3년 동안 게임에 등장한 주요 지역과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차례로 돌아보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붕괴: 스타레일 IP를 활용해 이처럼 여러 공간을 연결한 체험형 전시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호요버스는 '원신', '붕괴: 스타레일' 등을 통해 글로벌 모바일 서브컬처 시장을 확장한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캐릭터와 서사를 중심으로 이용자를 모은 뒤 게임 업데이트, 공연, 전시, 상품, 팬 창작 활동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IP가 소비되는 기간을 늘려왔다.

◇열차에서 얼음 도시·꿈의 세계로···게임 서사를 관람 동선으로
전시 동선은 게임의 이야기 진행 순서를 따른다. 우주열차에서 출발한 관람객은 얼음으로 뒤덮인 도시와 동양풍 우주 함선, 꿈을 소재로 한 도시 등을 차례로 지나게 된다.


이어지는 '선주 나부' 공간은 동양풍 건축과 장식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게임 안에서는 우주를 항해하는 거대한 함선 도시지만, 전시장에서는 캐릭터와 사건별 자료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되짚는 구조다.
'페나코니' 공간에서는 거리의 시계 조형물과 등장인물의 은신처 등 꿈의 도시를 상징하는 장소가 재현됐다. '앰포리어스' 구역에는 게임 속 13명의 주요 인물과 관련된 설정 자료가 배치됐다.
관람객에게는 각 구역이 서로 다른 분위기의 도시와 세계를 이동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기존 이용자에게는 과거 업데이트에서 경험한 장면을 다시 확인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는 게임을 모르는 신규 방문객과 3년간 서비스를 이용해 온 팬을 같은 공간에 수용하기 위한 설계로 풀이된다. 벽면 설명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기존 이용자가 알아볼 수 있는 장면과 물건을 곳곳에 배치했다.
◇정면·벽·바닥까지 영상으로···7~8분간 게임 세계에 진입
전시의 중심은 약 7~8분 분량의 몰입형 영상관이다. 정면 화면으로 영상을 감상하는 일반 상영관과 달리 정면과 좌우 벽면, 바닥까지 영상을 투사한다.

영상관을 지나면 새롭게 추가될 목적지를 소재로 한 공간이 이어진다. 관람객은 2차원 도시의 거리와 광장 등을 둘러보고, 버섯을 닮은 게임 속 생물을 직접 그리는 체험에도 참여할 수 있다.

◇3년 간 쌓은 기억 호출···장기 서비스와 오프라인 연결
이번 전시가 다루는 핵심 자산은 새로운 캐릭터나 상품보다 지난 3년간 이용자가 게임에서 쌓은 경험이다. 전시 제목에 '회고록'을 넣은 것도 기존 이야기를 시간 순서로 다시 보여주기 위해서다.

호요버스 관계자는 "지난 3년간 '붕괴: 스타레일'과 함께해 주신 개척자들의 여정을 국내 최초의 체험 전시로 선보일 수 있어 뜻깊다"며 "전시장을 찾아 주신 개척자들과 앞으로 방문하실 모든 개척자들이 게임 속 추억과 감동을 현실 공간에서 새롭게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전시는 게임 매출을 즉각적으로 만드는 수단이라기보다 IP와 이용자의 관계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장치에 가깝다. 업데이트 사이의 공백에도 이용자가 캐릭터와 세계관을 다시 접하도록 하고, 휴면 이용자에게는 게임에 돌아올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호요버스가 새로운 내용만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지난 3년의 기록을 활용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미 제작한 게임 자산을 공간 콘텐츠로 다시 구성해 기존 이용자에게는 기억을, 신규 이용자에게는 세계관의 입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정 티켓·팬 창작물 전시···관람객을 IP 참여자로
전시장 주변에는 팬들이 직접 제작한 그림과 창작물을 전시하는 '2차 창작존'도 마련된다. 이는 입장권이 없는 방문객에게도 공개된다.
팬 창작물은 게임사가 직접 제작하지 않은 콘텐츠지만 IP 생명력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이용자가 캐릭터와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이를 다른 팬과 공유하면서 공식 업데이트가 없는 기간에도 관련 콘텐츠 생산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호요버스 뿐만 아니라 국내 서브컬처 IP를 운영하는 게임사들 역시 캐릭터 상품과 사진 촬영 공간 중심이던 팝업을 넘어 게임의 서사와 이용자 기억을 체험 콘텐츠로 전환하고 있다.
서브컬처 게임사들이 유사한 오프라인 행사를 늘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간 규모보다 게임 서비스와 전시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이용자가 전시에서 경험한 이야기가 다시 게임 접속과 캐릭터 소비, 팬 창작 활동으로 이어져야 오프라인 투자의 효과가 나타난다.
'붕괴: 스타레일-별 사이를 걷는 회고록'은 오는 17일부터 8월31일까지 운영된다. 이번 전시가 보여주는 것은 450평 규모의 공간 자체보다 하나의 모바일 게임을 3년 이상 소비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게임 속 캐릭터와 이야기를 업데이트에만 가두지 않고 현실의 공간과 소장품, 팬 창작 활동으로 옮기는 전략이 서브컬처 IP 경쟁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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