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늘어난 재산까지 분할대상?...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재산분할' 합리성 따져보니

강일용 2026. 7. 16. 13: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기준은 2심 변론종결일...2024년 4월
혼인파탄 기간 최소 15년...재산증가 기여도 의문
미국·일본 혼인파탄 후 재산변동 반영無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세기의 재산분할' 재판 선고가 오는 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지와 포함될 경우 그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될지를 놓고 관심이 높다. 특히 이혼 후 발생한 주가의 상승분까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혼 후 재산증가를 이혼한 사람에게 준다고?

로이터는 지난 10일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 소식을 다루며 "최 회장은 수억 달러 규모의 재산분할이 걸린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이 사건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집단인 SK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으로 40조원 상당의 미래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최 회장이 미국 현지에서 SK그룹의 미래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사업 확대 청사진을 밝힌 날 한편에선 기업경영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이다.

배경에는 최근 2년 새 빠르게 상승한 지주사 SK㈜ 주가가 있다. 최 회장의 최 회장의 SK㈜ 지분이 분할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가액 산정 기준일에 따라 SK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 관장 측은 현재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인 지난 6월26일 주가(주당 81만5000원)를 기준으로 재산 분할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 이혼 소송의 사실심(2심) 변론종결일(2024년 4월 16일) 기준 주가인 주당 14만9500원보다 5.45배가 높은 금액이다.

이 과정에서 이혼 후 '남남'이 됐는데도, 이혼 후 발생한 재산가치의 상승분까지 이전의 배우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 섞인 시각이 나온다.

SK㈜ 주가의 경우 최근 AI발 상승장 조정을 받으면서 지난 2024년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4년은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되고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본격적인 호황에 접어든 시점으로 SK㈜ 주가 또한 그 가치를 반영해 빠르게 상승했다. 최 회장은 지난 수년간 그룹 전반에 'AI 드라이브'를 걸며 SK그룹 계열사들이 AI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동력을 만드는 것에 주력해 왔다.

최 회장은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결렬돼 합의이혼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노 관장이 이혼에 동의하고 재산분할 청구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이후 2022년 12월 1심, 2024년 5월 2심,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됐다. 재산분할만 서울고법에서 다시 파기환송심으로 진행 중이다.

재산분할의 경우 지금까지 대법원 판례는 이혼소송 사실심(2심) 변론종결일을 기준 시점으로 삼아왔다. 분할대상 재산의 가치를 이혼 선고 이전에 확정하고 가치의 변동성을 최소화해 판결의 안정성을 기하기 위함이다. 이 사건의 경우 이혼은 선고·확정된만큼 지난 2024년 4월16일이 사실심 변론종결일이다.

◆ 최 회장 "2006년부터 혼인 파탄"...노 관장 "2011년부터 별거"

최 회장은 노 관장과의 결혼생활이 지난 2006년부터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워 파탄된 것과 마찬가지였다는 입장을 과거부터 밝혀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 인해 2009년 말부터 별거를 시작했고 2011년 이혼 결심을 가족에게 밝히기도 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지난 1988년 결혼했는데 대법원에서 이혼을 확정한 작년까지 계산하면 법률혼 기간은 37년이다. 하지만 최 회장의 과거 입장에 비춰보면 혼인관계가 파탄된 기간은 2006년부터 19년에 달한다. 이혼조정 신청으로 법원을 드나들며 재판 절차에 임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법적인 이혼 여부를 떠나 두 사람이 부부로서 공동생활 실체가 존재하지 않은 기간이 15년 정도 된 것은 노 관장도 인정한 부분이다. 노 관장 측은 2009년부터 각 방을 쓰고 2011년부터 별거 상태를 이어 왔다고 소송 과정 중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SK그룹의 AI, 반도체 사업이 성장하고 최근 몇 년 동안의 성과가 SK 계열사 주가에 반영된 것이 노 관장에게 재산으로 분할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람의 세 자녀가 청소년기부터 해외 유학길에 나섰기 때문에 노 관장 측이 주장하는 자녀 양육 기여가 일반적인 가정들과는 차이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 미국·일본도 이혼 후 재산변동 반영 안 해

법적으로 따져봐도 해외에서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시 법적인 이혼확정 전이라도 혼인파탄 후의 재산가치 변동은 포함하지 않는 게 다수설이다.

미국은 뉴욕주 최고법원이 내놓은 1986년 판례를 계기로 파탄 후의 가치 상승이 인플레이션과 시장의 흐름 등 외부 변수에 의한 것이거나 부부 중 한 사람의 경영 등 특별한 능력이 핵심으로 기여했을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과실에 무임승차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일본 법원도 부부 경제공동체의 해체 시점을 '별거 시작일'로 보는 가사재판의 원칙 하에 기업 경영자, 의사, 스포츠 선수처럼 한쪽 당사자의 능력에 따라 파탄 후 재산가치가 상승했을 경우 상대방은 그 몫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최근 2년 간 SK그룹 경영이 잘못돼 SK㈜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면 노 관장 측이 어느 시점으로 재산분할을 주장했을지도 의문"이라며 "재산분할 결과가 재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