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법, 이상한 판결…1년 6개월 '권리금 면제 조항'의 함정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맹점③
법에는 ‘1년 6개월 공실’ 규정
법원, ‘협의’ 이유로 적용 배제
판사 따라 예외 적용 오락가락
향후 시장서 협의는 사라질 듯
임차인 권리금 보호 더 어려워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하지만 법이 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보호를 받는 건 아니다. 소송이 발생했을 때 실질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판결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그 판결은 향후에도 임차인 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법원은 해당 재판의 임차인은 보호하면서도 다른 임차인들은 손해를 볼 수 있는 이상한 판결을 내놨다. 연속기획 넘버링+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맹점' 마지막 편이다.
☞ 넘버링+ 상가임대차보호법 맹점
1편 소송 이기고도 권리금 못 받은 을의 눈물
2편 18개월 공실로 두면 권리금 안 줘도 돼?
3편 1년 6개월 '권리금 면제 조항'의 함정
!['1년 6개월' 규정은 임대인을 위한 예외조항이지만, 최근 법원은 이상한 논리를 들어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6/thescoop1/20260716123048096xmcd.jpg)
그런데 통보가 있은 후 A씨는 난데없이 새 임차인을 구해 권리양수도계약을 체결했고, 이 계약을 근거로 B씨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7억6300만원의 권리금을 요구했다. 반면, B씨는 당시 A씨가 부담하던 1년 6개월치 임대료보다 4400만원가량 더 많은 1억5000만원을 제시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제10조의4)의 '권리금 회수 방해 예외조항'에 따르면 1년 6개월 이상 공실을 유지하면 권리금을 안 줘도 됐지만, B씨는 상가를 곧바로 사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적절한 합의점을 찾으려 했던 셈이다. 더구나 약국은 일반적인 자영업과 달라 병원이 연결되지 않으면 큰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B씨의 상가 권리금 형성 기여도를 배제하기도 어려웠다.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서로의 제시 액수가 다르다 보니 결국 협의는 결렬됐다. 어쩔 수 없이 B씨는 상가를 1년 6개월간 비워두기로 결정했고, 실제로도 그 기간만큼 공실을 유지했다. 그러자 A씨가 B씨를 상대로 권리금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까지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맹점 2편'의 주요 내용이다. 자, 그럼 재판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 쟁점③ 논리 이상한 재판 = 임차인 A씨가 승소했다. 법원은 B씨가 A씨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B씨는 3억1600만원이라는 권리금을 A씨에게 물어줘야 했다. 1년 6개월 공실까지 감안하면 이중의 손해를 입은 셈이다.
다만, 판결문의 논리가 다소 황당하다. 이 사건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임대인 B씨가 임차인 A씨와 권리금 협의를 먼저 시도했다가 결렬된 후 '1년 6개월 공실'을 택한 걸 문제 삼았다. 쉽게 말해 B씨가 당초에는 상가를 공실로 둘 생각이 없었는데, 협의가 결렬되자 권리금 보상과 '1년 6개월 공실'을 저울질해 결국 '1년 6개월 공실'을 택했으니 A씨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했다는 거였다.
주목할 건 상가임대차보호법에는 '1년 6개월 공실'을 이행하는 것 자체가 '권리금 방해 행위의 예외조항'으로 돼 있고, 임대인의 의도는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법원이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 시기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B씨는 대법원 상고까지 해봤지만 대법원은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하지도 않은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6/thescoop1/20260716123049367xure.jpg)
"임대인 B씨가 A씨와 권리금 협의를 시도했을 때는 분명 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B씨가 당초 '1년 6개월 공실을 택할 때 입을 손실액'보다 더 많은 권리금을 제시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공실을 택하지 않으려 했던 협의 과정이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의 근거가 된다면 앞으로 꽤 높은 권리금이 형성된 상가의 임대인들은 임차인과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고, '1년 6개월 공실'을 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임차인이 이유를 물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의도를 알리지 않으려 들 거다. 그 의도마저 리스크가 될 수 있어서다. 이 판결로 A씨는 이득을 얻었지만, 이후 다른 임차인들에게 이 판결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판결은 임대인에겐 황당함을, 임차인에겐 '1년 6개월 공실 조항의 악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만 남긴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1년 6개월 공실' 예외조항을 그대로 둬도 괜찮은지 의문이다. 사실 '1년 6개월'이라는 기준은 어떤 과학적 판단에 근거해서 나온 것도 아니다. 그저 1년은 너무 짧다는 지적에서 도출된 정치적 기준일 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예외조항이 임대인에게도 임차인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제대로 손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상적인 국회라면 벌써 그렇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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