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배재고 사태에 “그냥 지나가면 안 돼…혐오 극복 더 깊게 다루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56)이 최근 배재고 야구부의 5·18 비하 사건과 관련해 “이런 중요한 사건이 나타났을 때 충격과 놀라움 속에서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세계 전반에 만연해 있는 “혐오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우리에게 중요한 숙제”라고도 말했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방문 중인 한강은 15일(현지시각)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와 같이 밝혔다.
한강은 이어 “만약 (배재고) 이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신호를 주는 것이라면,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를 잘 포착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해야 한다”며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 친구들도 이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뭘 할 수 있을까’, ‘기성세대로서 어떻게 하다가 우리는 이렇게 실패를 하게 됐나’ 이런 고민도 하고, 굉장히 중요한 사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기자의 질문엔 ‘우리 사회 대응이 다소 과하지 않았느냐’는 취지가 담겼는데, 한강은 “우리가 이 문제를 좀 깊게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자신의 소회를 밝힌 것이다.
관련하여 덧붙인 “충격이 또 다른 충격을 덮고, 그다음 충격이 이전 충격을 덮어서 이렇게 쓸려가 버리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답변은 스타벅스의 5·18 비하 마케팅에 이어 극우 정치인들의 조롱 행위, 배재고 사태 등이 얽혀 서로가 서로를 희석하고, 사태의 본질보다 현상만 부각되거나 그마저도 상투화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들린다.
한강은 전쟁과 갈등, 세계 도처의 혐오와 관련해 “혐오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우리에게 중요한 숙제”라며 “어떻게 하면 이 혐오의 시대에서 방향을 틀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다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혐오가 문제적이라는, 일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희망이 있다”고도 말했다.
한강은 자신이 8년 전 차린 독립서점 ‘책방오늘’의 잠정 폐업에 앞서 지난 7일 밤 마지막 행사로 기획된 낭독회를 직접 주재하고 기자들과 만나 “영원하지 않아서 아쉽기보다 지난 8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적 같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뉴시스가 보도한 바 있다. 한강은 “해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어 빠른 시일 내 새 공간을 구하기 어려웠다”며 “일단 좀 멈췄다가 정비를 해서 언젠가 돌아오지 않을까”라고 ‘책방오늘’의 ‘내일’에 관한 여지를 뒀다.
때마침 국내 언론과의 접점이 잦아진 가운데,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대중·언론과의 공식 대면이 “솔직히 부담스러웠다”며 “그래서 좀 칩거했는데, 지금은 관심도 많이 줄어든 것 같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아비뇽 축제에서 한강은 12일 ‘작가와의 대화’에 참여했고, 15일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함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속 주인공이 되어 전개한 낭독회 말미에 직접 무대에 올라 낭독을 하기도 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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