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원이 20만원으로…"뷔페 가격 왜 올랐나 알았다"
양정중 경제수업 가보니
통화량 늘자 낙찰가도 '껑충'
바둑알 경매로 물가 원리 체험
청소년 경제 관심도 커지는데
중학생 경제이해력은 50점대
교사들 "수업 진행 어려워"
서울교육청 경제·금융 교원연수 운영
교육부,선택과목 '금융과 경제생활' 신설
“4000원!” “6000원!” “1만3000원!”

지난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 1학년 4반 교실. 학생들이 손을 번쩍 들며 입찰가를 연달아 외쳤다. 비행기 티켓과 뷔페 이용권, 자동차 등 학생들이 원하는 상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설정된 ‘물품 꾸러미’를 낙찰받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검은 바둑알을 화폐처럼 사용하며 경매에 참여했다. 바둑알 한 개의 가치는 1000원. 첫 번째 물품 꾸러미의 낙찰가는 최종 1만3000원까지 올랐다.
곧이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흰 바둑알을 나눠줬다. 흰 바둑알은 한 개당 5000원짜리 고액권을 의미했다. 교실에 풀린 돈은 단숨에 100만원 늘어났고, 같은 물품의 낙찰가는 어느새 2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김나영 양정중 교사는 “돈을 의미하는 바둑알이 점점 늘어나니 물건의 가격도 올랐다”며 “한 나라에서 돌아다니는 돈의 양을 ‘통화량’이라고 하는데, 통화량이 늘어나면 물가도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수업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경제·금융교육 활성화의 일환으로 마련된 공개수업이다. 김 교사는 중학교 사회 ‘통화량과 물가, 통화정책’ 단원을 학생 참여형 경제 실험으로 재구성했다. 김 교사는 모의경매로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를 체험하게 한 뒤, 짐바브웨와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 사례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라는 설명을 연결했다.
학생들은 게임처럼 진행된 수업을 통해 경제 원리를 훨씬 쉽게 이해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은찬 군(13)은 “처음에는 모든 사람에게 1억원씩 주면 무조건 좋을 줄 알았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돈을 많이 풀면 물가가 오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경제를 게임처럼 배우니까 훨씬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김건욱 군(13)은 “화폐가 늘어나면 물가도 오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며 “예전에는 900원이었던 캔커픽가 지금은 1300원이 된 이유를 이해했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들의 관심에 비해 학교 현장의 교육 여건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재정부의 ‘2024년 초·중·고 학생 경제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강의식 수업보다 체험활동 중심의 경제교육을 선호했지만, 중학생의 경제이해력 평균은 51.9점에 머물렀다. 같은 조사에서 교사의 60~70%는 경제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학교급별로 초등 68.1%, 중등 76.6%, 고등 77.4%였다. 주요 원인으로는 자료 수집과 적절한 교수법 구성, 교사 자신의 경제 이해도 부족 등이 꼽혔다.
최근 주식과 투자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육당국도 학교 경제·금융교육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중등교사 45명을 대상으로 경제·금융교육 직무연수를 운영하고,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제교육 수업 사례를 공유했다. 서울교육청은 앞으로 학교급별 경제·금융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교원 연수를 확대하는 한편, 유관기관과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 경제교육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고등학교 선택과목인 ‘금융과 경제생활’을 신설했다.
김 교사는 “최근 학생들의 투자 관심이 부쩍 높아져 주식 종목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까지 받는다”며 “체크카드 애플리케이션의 모의투자 기능을 이용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올바른 투자 원리와 위험 관리 교육의 중요성도 커졌다”며 “경제 원리를 직접 체험한 경험이 학생들이 성인이 된 뒤 합리적인 소비와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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