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열차 타는 노동자·숲속 쇼핑몰…중국 선전이 보여주는 미래도시

곽진산 기자 2026. 7. 16. 06: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찾은 중국 광둥성 선전의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 공장 내에서 운영되는 전기 모노레일. 비야디 공장 노동자들은 이 모노레일을 타고 기숙사와 공장을 오간다. 신화통신 제공

지난달 25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공장 단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생산라인 내부를 가로지르는 전기 모노레일이었다. 노동자들은 기숙사에서 나와 이 모노레일을 타고 곧장 작업장으로 이동한다. 공장 내 이동 단계에서부터 배기가스를 원천 차단한 구조다. 비야디는 전기차 제조를 넘어 이런 친환경 모노레일 시스템을 미래도시의 새로운 교통 모델로 확장하는 데 힘쏟고 있다.

선전은 중국 내에서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이 가장 빠르게 진행된 도시로 꼽힌다. 2017년 시내버스를 100% 전기버스로 교체했고, 도로 위를 달리는 승용차 상당수도 전기차다. 골목을 메운 이륜차 역시 대부분 전기 자전거, 오토바이였다. 흔히 ‘중국발 스모그’로 상징되던 대기오염 문제는 이 도시에서 좀처럼 체감하기 어려웠다.

이런 친환경 전략은 민간 기업의 기술 혁신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가 주도의 도시 설계 전략이 뒷받침된 결과다. 앞서 중국 정부는 일찍이 선전을 국가 신에너지 자동차 시범 도시로 지정해 전기차 생태계를 육성했고 ‘제14차 5개년 규획’ 기간에는 이를 한 단계 정교화해 탄소 감축과 신에너지 산업 고도화를 이끄는 ‘탄소중립 시범 도시’로 가꿔가고 있다. 첨단 산업 육성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일종의 거대한 실험 도시를 만든 셈이다.

지난달 24일 찾은 중국 광둥성 선전의 다장(DJI) 플래그십 스토어에 전시된 농업용 대형 드론.

선전의 첨단 기술 기업들도 이러한 도시 방향성과 긴밀히 맞물려 움직인다. 비야디와 함께 선전의 기술 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드론 기업 다장(DJI)은 최근 ‘친환경 물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장 관계자는 “산악 지형이 많은 지역에서는 차량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드론으로 건축 자재나 생필품을 운송하면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전의 고산지대 등산로에서는 드론이 등산객에게 생수 등 물자를 공급하고, 하산 시에는 쓰레기를 수거해 오는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농업 현장의 변화도 급진적이다. 다장 쪽은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밭을 매며 비료와 농약을 뿌렸지만, 드론을 도입한 이후 작업 효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선전은 도시 공간의 체질도 바꾸려 한다. 선전 중심부의 복합 상업지구 ‘어퍼힐스’에서는 대형 쇼핑몰과 푸른 공원이 공중 보행로로 정교하게 이어져 있다. 콘크리트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울창한 숲과 녹지로 연결된다. 일종의 ‘숲 속 쇼핑몰’이다.

지난달 24일 찾은 중국 광둥성 선전의 대형 쇼핑몰 어퍼힐스와 인근 공원을 잇는 다리 위로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신화통신 제공

어퍼힐스는 애초 텔레비전 부품 공장들이 밀집해 있던 낡은 공업지대를 재개발한 공간이다. 도시 계획 담당자는 이 지역이 “토지 사용 효율이 극히 낮고 교통이 불편해 사실상 도심 속에서 잊힌 고립 구역이었다”고 회상했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던 제조업 공장을 걷어낸 자리에 생태와 상업의 공존을 심은 것이다.

선전은 도시 중심부도 생태와 공존하도록 설계했다. 선전의 중심 도시를 관통하는 다샤강 주변을 따라 걷다 보면 강변 생태 길이 끝없이 펼쳐진다. 지난 24일 찾은 이곳에선 러닝을 하는 사람,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가족, 자전거를 타는 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선전시 계획자연자원국 관계자는 “환경이 좋다는 건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도시의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젊은이들에게는 고강도·고효율로 일하는 것 못지않게 삶을 치유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전은 청년들에게 치열하게 분투할 토양도, 언제든 쉴 수 있는 공간도 함께 제공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선전은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중국 내에서 젊은 인구의 유입이 가장 많은 도시로 자리잡았다.

다샤강 남쪽 끝에 있는 도심 속 휴식처 공간인 선전인재공원의 조성 과정도 그 연장선에 있다. 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하천을 규칙적인 공학 구조물로 만들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시민들이 ‘가까이 갈 수 있고, 언제든 들어갈 수 있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찾은 중국 광둥성 선전의 다샤강 주변에 조성된 산책길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걷고 있다. 신화통신 제공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중국 신화통신의 교류 사업을 통한 취재 협조로 작성했습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