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메리포핀스’ 유태율, 형제애 심리극 올라운드 버전 “같은 공연 아니다” [SS인터뷰 ②]
올라운드 버전 매력 극대화…묵직한 존재감
N차 관람 부르는 버전별 결정적 반전 예고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창작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가 여덟 번째 시즌을 맞아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번 무대는 작품 최초로 네 명의 주인공 시선을 각각 따라가는 ‘올라운드 버전’으로 진행,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첫 번째 무대는 맏형 ‘한스’의 시선으로 시작했다. 뮤지컬 배우 유태율(37)은 책임감과 죄책감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스’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풀어내며 작품의 문을 연다. 그의 선택은 이어지는 ‘헤르만’ ‘안나’ ‘요나스’ 등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하나의 퍼즐을 완성한다.
유태율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파헤치는 힘보단 ‘한스’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강조되어야 ‘헤르만’의 이야기가 잘 보일 것”이라며 “네 명 모두가 범인이자 방관자이기에 패닉이 온다. 이 상황에서 ‘한스’는 동생들에게 조금 더 공격적이고 불편한 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존재로 보여야만 관객들이 다양한 여운과 흥미를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블랙메리포핀스’는 제목만 보면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작품을 떠올리기 쉽다. 극 중에서도 영화 ‘메리 포핀스’의 대표곡 ‘Chim Chim Cher-ee(침침체리)’가 흐르지만, 작품은 이를 심리 추리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재해석한다. 익숙한 멜로디 위에 의심과 불안, 기억의 진실이 겹치면서 관객들은 편안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연출은 ‘블랙메리포핀스’만의 독보적인 매력으로 꼽힌다.
유태율이 연기하는 ‘한스’는 누구보다 ‘메리’를 의심하면서도 동생들을 끝까지 지키려는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다. 시간이 흘러 흩어진 형제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으지만, 동생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도 한스는 중심을 잃지 않고 형제들을 붙잡으려 애쓰며 극의 감정을 이끌어간다.
동생들을 향한 ‘한스’의 진정성에 대해 유태율은 “비록 기억은 사라졌지만, 어릴 때 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죄책감이 있다. 자기의 무력감을 통해 강인해지려고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는 직업인 변호사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스’의 행동은 단순한 집착이 아닌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반대로 죄책감에서 비롯된 선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유태율은 “무의식 속 애정과 집착이 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는 것을 ‘한스’가 알고 있다. ‘메리’가 말했듯 우리가 모두 모인 것을 ‘그들’이 알기 전에 쫓기는 시간이기에 이를 해결하려는 집착이 강하다”라며 “살아가는 아이들, 기억이 사라지고 바래지고 옅어지는 무의식 속에 사랑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연의 마지막에는 작품을 관통하는 한 문장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과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유태율은 작품이 나아가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약점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를 용서하고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은 작품의 컬러”라고 강조했다.
유태율은 작품의 선택은 ‘용서’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다 포기하고 안 좋은 결정을 할 때가 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잘못 또한 스스로 선택한 일처럼 말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아가는 의지 자체도 선택이다. 선택하지 않으면 계속 불행하다”라고 말했다.
행복과 불행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하나의 문장에 담아낸 대사는 형제들이 각자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안고 살아가기로 선택했다는 의미를 전한다. 단순한 해피엔딩도, 비극도 아닌 ‘블랙메리포핀스’만의 여운이 관객들의 마음을 오래 붙잡는 이유다.
유태율은 “스스로에 대한 증오심과 뿌리칠 수 없는 안 좋은 기억들, 불현듯 떠오르는 공포와 증오심이 트라우마처럼 스스로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정하고 보듬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며 “누구든 행복해지기 위해 이겨내기 위한 스스로의 용서가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며 매 공연 새로운 감상을 선사하는 ‘블랙메리포핀스’는 오는 9월 6일까지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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