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에 재정 쏟았지만 ‘6개월 인턴’으론 안돼…“기업이 청년 뽑지 않으면 손해로”

정부가 청년 고용 대책에 수년간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최근 청년 고용시장은 ‘반짝’ 개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일자리 보조금 방식보다 기업이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게 더 유리하도록 정책의 중심 축을 옮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인세 청년고용 세제혜택 확대’ ‘중소기업 장기 재직 유도 정책’ 등의 제안과 함께 기업 스스로 청년을 뽑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데이터처가 15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5%로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2분기(41.5%) 이후 같은 분기 기준 가장 낮았다. 특히 20~24세 고용률은 40.7%에 그치며 40%대를 간신히 유지했다.
최근 청년 고용 부진은 제조업 둔화와 산업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소위 말하는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 축소도 눈에 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대 초반의 고용 부진에는 중동전쟁 여파와 비반도체 산업의 경기 둔화, 인구구조 변화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국내 노동시장은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이 높아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정규직 채용부터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최근 청년 고용 부진은 임시·일용직의 감소보다 양질의 신규 채용 축소에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청년 고용 절벽’ 해소를 위해선 그간 정책을 모두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정부의 대표적인 고용 정책인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부터 나온다.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은 청년들의 직무 경험을 늘려주기 위해 기업에서 인턴형식으로 일하고 수당을 받는 사업이다.
김설 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장은 “청년 고용대책은 그동안 단기 일자리 중심이었다”며 “각지의 일경험 사업들이 사회적 의미는 있지만, 6개월 가량의 짧은 기간이 민간 경력으로 이어지는 성장경로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신규 청년 채용 유인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장은 “청년 몇 명을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정해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은 단기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노동력을 AI로 대체하는 것보다 청년을 더 채용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도록 유인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고용에 대해 법인세 세액공제의 확대 개편이나 4대보험 같은 비용 지원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종훈 명지대 명예교수는 우선, “당장 사람을 안 뽑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이득처럼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미래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엄청난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청년에게) 교육과 프로젝트 경험을 제공하는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규모와 실효성이 아직 부족하다”며 “대기업이 청년 채용과 인턴십, 직업훈련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자리 사업 지원보다 교육에 더 방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연구위원은 “단순 재정 지원보다는 대학 및 직업교육 투자를 늘려 청년들이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맞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정책을 폐기하기보다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본부장은 “대기업은 채용 여력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다”며 “중소·중견기업 재직 청년 근로자가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같은 금액을 매칭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장기 재직을 유도하는 데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던 만큼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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