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잡은 삼성·애플 노리는 인텔…파운드리 경쟁 새 국면

TSMC가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의 '2위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AI5 양산을 발판으로 반등을 노리고, 인텔은 18A(1.8나노급) 공정 수율 개선과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앞세워 애플과 엔비디아 등 빅테크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양사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소속 한 수석연구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을 통해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용 AI 반도체 'AI5'가 테이프아웃 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테이프아웃은 반도체 설계를 마치고 실제 생산을 위한 설계 데이터를 파운드리에 넘기는 절차다.
그는 "AI5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첨단 2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생산될 예정"이라며 "향후 테슬라의 최신 제품에 탑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삼성전자 내부에서 테슬라 AI5 생산 일정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이 올해 말 초기 가동에 들어간 뒤 내년부터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의 첨단 AI 반도체를 본격 생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를 적용한 데 이어 현재는 2나노 GAA 공정인 SF2를 주력 공정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SF2 공정 수율이 최근 55~60% 수준까지 개선되며 양산 안정화 단계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 AI5는 이 공정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대형 고객사 프로젝트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나노 SF2에 이어 차세대 1.4나노(SF1.4) 공정도 개발 중이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부터 고성능컴퓨팅(HPC) 칩까지 다양한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가운데 인텔도 차세대 공정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며 파운드리 시장 추격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블루핀리서치파트너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텔이 18A(1.8나노급) 공정의 웨이퍼 간 수율 변동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18A는 인텔이 첨단 공정 경쟁력 회복을 위해 도입한 차세대 GAA 공정이다. 블루핀은 인텔 오리건과 애리조나 팹의 18A 웨이퍼 월 생산능력이 3만장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인텔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수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애플 칩은 인텔 공장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인텔 파운드리 육성을 거듭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인텔의 첨단 공정 경쟁력 회복과 빅테크 고객사 확보를 적극 지원하면서 애플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 유치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실제 대형 고객사 수주로 이어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따른다. TSMC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고객사가 설계한 칩을 인텔 공정에 맞게 원활히 이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설계 생태계와 인프라를 갖췄는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첨단 공정 수율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비용과 설계 지원 역량까지 입증해야 고객사의 선택을 끌어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파운드리 경쟁은 미세공정 우위를 넘어 안정적인 수율과 양산 이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로 평가 기준이 옮겨가고 있다"며 "삼성과 인텔 모두 AI 반도체 분야에서 대형 고객사의 초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후속 수주를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