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엔 북적였는데…" 업종 전환·폐업 갈림길에 선 상인들
식용견 공급 줄어 흑염소로 대체
원재료값 올라 복날 특수 못 누려
일부 손님 법 시행에 아쉬움 토로

[충청투데이 오민지 기자] 본격적인 삼복더위가 시작된 초복(15일) 오전 11시.
대전 중구 원동 중앙시장 인근 보신탕집 골목은 복날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한산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지만 식당 곳곳은 빈 의자가 눈에 띄었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시선만 맴돌았다.
내년 2월 개 식용 종식을 앞두면서 올해 초복이 이 거리에도 사실상 마지막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5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 온 한 노포도 예외는 아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원조보신탕전문'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던 이곳은 이제 '흑염소탕'과 '영양탕'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간판에서 '보신탕'이라는 글자는 자취를 감췄지만, 주방에서는 여전히 보신탕 냄비가 김을 내뿜고 있었다.
A식당을 운영하는 권성의 사장은 "팔 수 있을 때까지는 최대한 팔아볼 생각"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복날이면 어느 정도 예상이 됐는데 올해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며 "식당 수도 많이 줄었지만 개고기 원가가 크게 오르면서 음식값도 덩달아 뛰었다. 탕값이 오르니 손님도 자연스럽게 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초복 무렵 1만2000원 수준이던 이곳의 보신탕 한 그릇 가격은 최근 2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가격을 올렸지만, 마진은 오히려 줄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권 사장은 "아직도 보신탕을 찾는 단골들은 있지만 흑염소탕은 9000원대에 판매하다 보니 가격 부담 때문에 메뉴를 갈아타는 손님도 많다"며 "개농장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식용견 공급도 줄었고, 결국 원가 상승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이제는 흑염소가 그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복 특수에 대한 기대도 예년만 못했다.
그는 "복날이라 평소보다는 손님이 있겠지만 지난해와는 비교가 안 된다"며 "지난 겨울부터 원재료 가격이 계속 오르더니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손님들도 식사하면서 정부 정책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나도 반려견을 키우지만 반려동물과 식용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지역 보신탕집들도 이제는 간판을 바꾸거나 문을 닫으며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전 개 식용 식품접객업소 45곳 중 6곳, 세종 15곳 중 4곳, 충북 110곳 중 29곳, 충남 486곳 중 103곳이 폐업을 완료했거나 업종을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복날 특수로 북적이던 보신탕 골목도 이제는 명맥만 이어가는 셈이다.
이날 보신탕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은 한 손님은 "초복이라 일부러 한 그릇 먹으러 왔다"며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을 법으로 못 먹게 하는 것이 어딨냐. 다른 나라는 이정도로 먹는 것을 통제하지 않는데 아쉽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오민지 기자 omj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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