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병’ 된 말라리아… 운동-캠핑하다 감염 많아
환자 10명 중 3명 장기 잠복 위험… 처방약 전부 복용해야 재발 예방
정부, 2030년 말라리아 퇴치 목표… “현장 근로자 대상 자가검사 확대”


말라리아는 열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었을 때 전파된다. 국내에선 삼일열 말라리아가 대부분이다. 첫날 열이 난 뒤 이틀째는 괜찮다가, 다시 다음 날 열이 나는 식으로 48시간 주기 발열이 흔하다. 초기에는 두통, 식욕 부진, 피로감 등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과거 말라리아는 접경지역 군인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접경지 인근 주민과 방문객, 야외활동을 한 일반 시민도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발생 환자 중 민간인은 74.7%(407명)를 차지했다. 운동, 낚시, 캠핑 등 야외활동 중 감염된 사례가 41.3%로 가장 많았다. 염준섭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백신이 없는 만큼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야간 야외활동 시에는 기피제를 사용하고 긴소매를 착용하는 등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라리아 환자들이 증상 발현부터 확진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6.3일, 5일 이내 진단율은 60.4%였다. 위험지역이라는 인식이 낮은 서울은 진단까지 평균 9.0일이 걸렸고, 5일 이내 진단율은 38.7%로 위험지역 중 가장 낮았다. 질병청은 5일 이내 진단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특히 기침 없는 고열이 나타나면 위험지역 방문과 모기 물림 여부를 확인하고, RDT 검사 후 양성이면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완치 때까지 치료를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다. 삼일열 말라리아는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복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다. 최근 인천 강화군 인근 농막에서 농사일을 하던 주민은 재발 판정을 받았는데, 검사 결과 지난해 확진 당시 남았던 원충 탓에 재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염 교수는 “간에 잠복한 원충을 없애야 재발과 2차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처방받은 약을 끝까지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가검사 대상 확대 “2030년 말라리아 퇴치”
질병청은 2030년 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관련 인프라를 강화하고 숨은 감염자를 찾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말라리아 진단과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2024년 702곳에서 지난해 1167곳으로 늘었다.
올해는 외국인 근로자, 산업장 근로자, 공동 노출자 등을 대상으로 RDT 자가검사를 확대한다. 지난해 2개 시군구에서 시범 운영하던 자가검사는 올 10월까지 전체 위험지역에 해당하는 50개 시군구로 넓힐 방침이다. 이를 통해 검사 건수를 올해 1000건에서 2029년에는 1만5000건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이달부터 10월까지는 환자 발생이 가장 많은 파주시에서 ‘조기 발견·완치 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말라리아 환자를 진단하고 복약 완료까지 관리한 의료인에게 건당 10만 원, 치료제를 빠짐없이 복용해 완치한 환자에게 건당 5만 원을 준다. 시범사업은 내년부터 49개 위험지역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조기 발견과 완치 지원, 매개 모기 감시·방제를 강화해 국내 말라리아 전파 고리를 끊겠다”며 “위험지역에서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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