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 중재도 안 통했다… 中,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화 박차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섬’ 건설 전략이 2016년 중재 판정을 사실상 압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구축하는 중국의 전략에 대해 이 같이 평가하며 “국제법과 해상 현실의 간극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했다. 10년 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자체 영해 개념인 ‘구단선’을 긋고 대부분 해역에서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정했지만, 국제 판정이 사실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10년 간 판정과 반대로 움직이며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확장 공세를 펼쳤다. 인공 육지를 조성해 미사일을 갖춘 군사 거점으로 활용하고, 주변국 선박의 자유로운 접근을 견제하는 등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인공 육지를 미사일 기지로
중국은 2013년부터 3년간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7개 암초를 매립해 약 13㎢의 인공 육지를 새로 조성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한다. 특히 수비 암초(주비자오), 피어리크로스 암초(융수자오), 미스치프 암초(메이지자오)는 길이 3000m급 활주로를 갖춘 군용 공항과 항만,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 기지를 갖춘 3대 인공섬 군사거점으로 구축됐다.

이 가운데 피어리크로스 암초는 대형 레이더와 장거리 통신 시설 등이 들어서 중국 해군의 정보 수집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리핀 대륙붕 위에 있는 미스치프 암초는 7개 인공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이곳엔 전파 교란 장비와 대함미사일·지대공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인공섬 기지 3곳과 파라셀 군도의 우디섬(융싱다오)을 연결해 남중국해 북부에서 남부까지 군용기와 레이더·미사일 작전망을 구축했다. 바다 한가운데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을 배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군사기지에 행정·관광 기능 결합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거주지를 꾸며서 실효 지배도 강화했다. 파라셀 군도의 우디섬에는 싼사시 행정 청사가 자리잡고 있다. 인구 약 2200명의 이 섬에는 활주로와 항만·미사일 시설을 갖춘 군사 기지뿐 아니라 영화관과 학교, 병원, 은행, 우체국, 쇼핑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트리섬(자오수다오)은 2016년부터 매립을 확대해 방파제, 항만, 주택, 발전 시설을 조성했고 최근에는 슈퍼마켓, 교도소 등과 오수처리장, 발전소를 갖추게 됐다. 중국 정부는 자국 관광객에게 섬을 개방해 영유권 주장을 일상적인 행정 활동으로 굳히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최근에는 파라셀군도의 앤털로프암초(링양자오)에서 신규 매립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는 지난 3월 이곳에 새로 조성된 매립지의 직선 길이가 3300m를 넘어 대형 여객기 이착륙이 가능한 9000피트(약 2743m)급 활주로를 설치할 수 있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우디섬과 스프래틀리군도의 3대 기지에 이어 새로운 인공섬 군사 기지가 구축될 수 있는 것이다.
◇인공섬 거점 삼아 주변국 선박 차단
중국은 남중국해의 인공섬을 해경과 해상민병대의 보급·정비 거점으로 활용하며 주변국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군함 대신 해경선을 내세워 무력 충돌 위험을 낮추면서도 주변국 선박의 접근을 막는 ‘회색지대’ 전술이다. 스카버러암초(황옌다오)는 필리핀 루손섬에서 약 200㎞ 떨어진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 안에 있지만, 중국은 2012년부터 주변에 해경선을 상시 배치해 통제하고 있다. 향후 중국이 이곳에 인공 시설을 구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필리핀 잠발레스주 어민들은 최근 로이터에 중국 선박의 위협으로 스카버러 암초 인근 조업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국가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은 미국·일본과 연합훈련을 확대하며 중국에 맞서고 있다. 베트남은 2021년 이후 스프래틀리군도에서 빠르게 인공섬을 조성 중이라고 한다. CSIS의 위성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은 점유 중인 21개 암초와 모래톱 전부를 인공섬으로 바꾸고 있다. 면적으로는 중국 인공섬의 70% 수준까지 확장했고, 중국처럼 활주로와 군사 시설 등도 짓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 남중국해 판결
2014년 중국이 필리핀 해안에서 230㎞ 떨어진 스카버러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호 데 마신록)를 점거하고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공섬을 만들자 필리핀이 해당 수역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이라며 PCA에 제소했다. 2016년 7월 PCA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는 구단선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인공섬 건설은 필리핀의 주권 침해라는 요지로 판결하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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