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낙태약 허용 검토’ 지시… 의료계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

조성호 기자 2026. 7. 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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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후 6년째 입법 공백
약 불법판매 5년간 3000건 넘어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임신중절약 '미프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임신 중절 유도 약물인 미프진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의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낙태 관련 사회적 논의가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성숙 국무총리는 전날 이 대통령의 미프진 도입 지시와 관련해 성평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를 모두 소집한 긴급 회의를 15일 열었다. 대통령 지시 바로 다음 날 총리가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은 의학계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후 현재 100여 국에서 쓰이고 있는 임신 중절 유도 약물이다.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를 했고, 2005년엔 세계보건기구(WHO)도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입법 미비 등으로 미프진의 판매가 여전히 불가능하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가 불법은 아니게 됐지만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건 없는 낙태를 임신 몇 주 차까지 허용해 줄지를 둘러싼 여성계와 종교계 등의 극한 대립으로 법 공백 상태가 6년째 계속되고 있다.

제도 공백 속에 해외 직구 등을 통한 미프진 암시장이 형성됐고, 약값은 50만원까지 치솟았다. 건강보험을 적용받으면 무료인데다, 약값만 따로 계산해도 10만원 내외인 유럽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식약처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건수만 3189건에 이르렀다.

이 대통령이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한 것 역시 이런 암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안으로 의사의 재량권을 제시했는데, 이 점이 의료계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낙태약 복용 가능 주수 기준과 관련해 “법으로 꼭 몇 주까지 하라는 것도 100%는 아니고 임신 여성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지 않나. 법으로 정하는 게 절대 진리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의사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강력히 반발했다. 의사회는 성명에서 “합법적인 사용 주수와 허용 기준이 명시된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의 법적 테두리가 없는 상태에서 의사 판단만으로 약물을 처방·판매하게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사법적 리스크와 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이 의사 재량권에 맡겼다가 부작용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이 의사에게 전가된다는 뜻이다.

아직 가교(架橋)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은 약을 ‘일단 도입하라’는 식으로 지시한 것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외국에서 쓰인 약을 한국에 들여오려면 부작용 없이 쓸 수 있는지 인종 간 효능성을 연결하는 가교 임상이 필요하다. 미프진은 특히 복용 후에도 불완전 유산이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수술적 처치가 불가피해 가교 임상은 필수적이라는 게 의학계 의견이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미국과 한국은 산모의 몸무게만 봐도 크게 차이가 나는데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안전성 가이드라인과 유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기 허용은 국민을 위험한 생체 실험장으로 내모는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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