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총성없는 전쟁…잉글랜드 vs 아르헨 ‘4강전’에 애틀랜타 경찰 ‘초비상’ [나우, 어스]
![지난 5일 멕시코시티 아즈테카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16강전이 치러지는 동안 경찰관들이 경기장 밖 보안 유지에 투입됐다. [로이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5/ned/20260715210153472ublt.jpg)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오는 15일(한국시간 16일 오전 4시) 월드컵 결승행을 두고 다툴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4강전이 다가오면서, 경기가 열리는 애틀랜타에서는 경찰들이 ‘초비상’ 근무에 돌입했다. 양국은 1982년 포클랜드 제도 영유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기도 했고, 월드컵에서 초유의 ‘파울 논란’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 이번 4강전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선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게 세간의 평이다.
애틀랜타 경찰국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시 전역의 공공 안전 및 보안태세를 강화했다”며 “추가 인력과 자원이 배치됐고, 행사 장소와 유흥가, 기타 통행량이 많은 지역 안팎에 전략적으로 계속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국은 “이러한 선제적 조치는 대중을 보호하고 범죄 활동을 억제하며 주민과 방문객이 이 역사적인 행사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4강전 경기가 열리는 동안 치안 유지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 강조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가 8강에서 맞붙은 스위스를 이기자 팬들이 오벨리스크 광장에 집결해 환호하고 있다. [AP]](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5/ned/20260715210153797gidv.jpg)
애틀랜타 경찰이 각별히 안전 관리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이곳에서 경기를 치르는 팀이 역사적으로도 앙숙이자, 국제 축구 무대에서도 가장 유명한 라이벌인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이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와 마라도나는 포클랜드 전쟁으로 맞붙은 바 있다. 포클랜드 제도는 1833년부터 영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었지만, 아르헨티나는 지리적으로 자국에 훨씬 가깝다는 점과 역사적 배경을 들어 이곳을 ‘라스 말비나스(Las Malvinas)’라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1982년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던 아르헨티나 군사 정권이 국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포클랜드 제도를 기습적으로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아르헨티나는 이곳이 영국 본토로부터 거리가 1만3000km나 떨어져 있어 즉각적인 반격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지만,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는 즉각 대규모 해군 기동 함대와 전투기를 파견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영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이 밀린 아르헨티나가 74일 만에 항복을 선언했다.
![포클랜드 제도 영유권을 두고 최근 논쟁을 벌였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파블로 키르노 아르헨티나 외무장관 [게티이미지, 로이터]](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5/ned/20260715210154057cagb.jpg)
전쟁은 영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로 인한 앙금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까지도 헌법에 이 지역의 영유권을 명시하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파블로 키르노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은 최근 일간지 라나시온 기고를 통해 “시간이 흐른다고 불법 점령이 주권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국이 여전히 라스 말비나스를 불법 점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실은 14일(현지시간) “포클랜드 제도 주민들은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는 영국인”이라며 “주민들이 영국령으로 남기를 바라는 희망을 거듭 표명했고 그들의 자결권이 최우선”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포클랜드가 영국령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축구사에서도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가 이를 가는 대표적인 숙적이다.포클랜드 전쟁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두 팀이 맞붙었는데 당시 디에고 마라도나가 넣은 결승 골이 핸들링이었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에 마라도나는 “신의 손(Hand of God)에 의해서 약간, 나머지는 내 머리에 의해서 들어간 골”이라 주장했지만, 2002년 출간한 자서전에서는 손으로 넣은 골이라고 인정했다.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반칙이었던 골로 인해 승리를 뺏긴 셈이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주장인 리오넬 메시가 마라도나의 계보를 잇는 후계자이자, 대표팀에서 마라도나와 감독과 선수로 호흡을 맞추며 마라도나가 양아들처럼 아끼는 존재였다는 점에서 잉글랜드 팬들은 더욱 이번 경기를 벼르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런던 사우스워크에서 잉글랜드와 노르웨이의 8강전 중계를 지켜본 축구팬들이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AP]](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5/ned/20260715210154276xkfy.jpg)
두 나라 모두 축구에 대해서는 열정이 과도해 ‘경기 후폭풍’이 거세다는 점도 애틀랜타 경찰을 긴장하게 하는 요소다. 잉글랜드의 ‘훌리건(경기에 지나치게 흥분해 폭력적인 행동까지 일삼는 극성 축구팬)’은 월드컵 등 국제 경기 때마다 문제가 될 정도다. 지난 11일에도 잉글랜드가 노르웨이에 역전승을 거두자 영국 전역에서 축구팬들의 난동이 500건 이상 발생했고, 1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아르헨티나 역시 축구라면 온 국민이 집결하는 대표적인 ‘축구의 나라’다. 양국 모두 국민 스포츠를 두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경기를 앞두고 지나치게 긴장 고조되자, 양국에서 스포츠를 다른 문제와 결부시키지 말자는 ‘자중론’이 나오기도 했다.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아르헨티나 참전용사들의 모임인 ‘4월2일 참전용사 연맹’은 성명을 내고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국가적 대의 사이에 명확하고 확고한 선을 긋는 것이 필수적”이라 당부했다. 잉글랜드의 골키퍼 조던 픽포드도 “단지 축구 경기일 뿐”이라며 과도한 관심이나 의미 부여를 자제해달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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