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삼계탕 ‘인기’ vs 보신탕 ‘외면’
양동시장 닭전길 종일 ‘북적’
고물가에도 복달임 준비 발길
내년 ‘개식용종식법’ 시행 앞두고
말바우시장 보신탕 골목 ‘한산’
"시대 변화에 여름 보양식 변화"

"비싸면 비싼 대로 먹고, 싸면 싼 대로 먹어야제. 그래도 복날인디."
15일 오전 10시께 전남광주 서구 양동시장 닭전길. 손질을 마친 생닭이 진열대를 가득 메웠고 상인들의 칼질 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이 닭이 더 실해요", "삼계탕 끓이면 딱 좋아요." 상인들은 쉴 새 없이 손님을 불렀고, 생닭을 고르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치솟은 물가에 장바구니는 예전보다 가벼워졌지만 복날 삼계탕만큼은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에전처럼 닭 여러마리와 인삼, 대추, 찹쌀을 한꺼번에 담는 손님은 줄었지만, 먹을 만큼의 생닭 한 마리를 사 들고 돌아서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양동시장에서 만난 박모(86)씨는 닭장 앞에서 한참 동안 닭의 크기와 값을 비교한 뒤 생닭 한 마리를 골랐다. 그는 "물가가 올라 장보는게 부담되지만 그래도 복날인데 삼계탕 한 그릇 정도는 먹어야 몸보신도 하고 여름도 나는 거 아니겠냐"고 웃으며 말했다.
홍모(74)씨도 "예전처럼 넉넉하게 사기는 어렵지만 아내와 둘이 먹을 삼계탕은 끓여야 해서 왔다"며 생닭이 담긴 봉투를 들어 보였다.

반면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한때 광주를 대표하는 보신탕 거리였던 말바우시장 골목은 적막했다. 복날이면 손님들로 북적이던 식당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빛이 바랜 간판만 과거의 흔적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현재 영업 중인 보신탕 식당은 단 한 곳뿐이다.
이날 문을 연 식당 안도 한산했다. 열 개 남짓한 좌석에는 장년층 손님 몇 명만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주문한 음식은 보신탕이 아닌 염소탕이었다.
식사를 마친 박모(57)씨는 "사회적으로 보신탕을 좋지 않게 보는 분위기도 있고 파는 곳도 거의 없어 굳이 찾아다니지는 않는다"며 "이제는 염소탕이나 삼계탕 같은 다른 보양식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남은 보신탕 식당 주인도 시대 변화를 실감하고 있었다.
식당 주인은 "예전에는 초복이면 아침부터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몰렸는데 지금은 초복이라고 해도 예전 같은 대목은 없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손님들 입맛도 보신탕에서 다른 음식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말바우시장 상인회 관계자도 "개 식용이 이미 금지된 줄 아는 분들도 많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보신탕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복날 풍경을 바꾼 것은 단순한 입맛의 변화만이 아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개를 식재료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의 29.2%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5%는 개를 키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월 공포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27년 2월부터 식용 목적의 개 사육과 도살, 유통,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기존 농장과 음식점은 그때까지 폐업하거나 업종을 전환해야 한다.
실제 공급도 급격히 줄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개 사육농장 1천537곳 가운데 1천265곳이 폐업해 전체의 82%가 문을 닫았다. 현재 영업 중인 농장은 272곳만 남았다.
전통시장 한 관계자는 "여름철 보양을 챙기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며 "대신 무엇을 먹고 건강을 기원할 것인지는 시대의 가치관과 생활문화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원 수습기자 s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