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일본 성우, ‘AI 해적판’ 맞서 음성 합성 서비스 출시

일본 유명 성우가 자신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무단 변조하는 ‘해적판 목소리’에 맞서 정식으로 ‘인공지능 목소리 변조’ 서비스를 시작했다.
15일 유명 성우 기획사 ‘스테이 럭’은 누리집에서 “최근 성우들의 목소리가 인공지능에 무단 학습된 뒤, 매우 유사한 음성으로 쓰이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소속 성우들의 목소리를 합법적으로 합성하는 유료 음성 콘텐츠 서비스 ‘폴리포니’(POLYPHONY)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폴리포니의 첫 서비스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주인공 에런 예거의 목소리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목소리 배우인 나미카와 다이스케는 ‘폴리포니’ 프로젝트를 위해 이제껏 성우를 맡았던 애니 속 인물 목소리를 지난 1년여간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또 유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인 만큼 희로애락을 포함한 목소리뿐 아니라 숨소리를 통한 감정까지 표현되도록 녹음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는 또 다른 유명 애니 ‘루팡 3세’의 칼잡이 이시카와 고에몬, 고교생 배구를 다룬 ‘하이큐’의 오이카와 도오루 역 성우로도 잘 알려졌다.
그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해적판 목소리와 싸우려면 정식판 인공지능 목소리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 성우업계는 인공지능 확산과 함께 목소리 배우들의 무단 음성 변조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 왔다. 지난 2024년 일본 애니 ‘드래곤볼’의 ‘프리저’ 역 성우로 유명한 나카오 류세는 동료 성우 6명과 함께 출연한 ‘노 모어(No more) 무단 생성 에이아이(AI)’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서 “성우의 목소리는 단순한 음성이 아니다. 개성과 직업으로서의 기술이자 오랜 기간 노력을 쌓아 만든 재산”이라며 “성우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이나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해 무단으로 쓰이는 건, 성우의 노력을 부당하게 짓밟고 직업적 가치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귀멸의 칼날’에서 무잔 역을 맡았던 세키 도시히코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멋진 목소리 만드는 걸 해보고 싶을 수 있지만, 성우들은 목소리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에는 성우 쓰다 겐지로가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을 통해 무단 변조된 자신의 목소리가 유통되는 문제와 관련해 동영상 삭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내기도 했다.
‘폴리포니 서비스’는 유명 캐릭터 목소리 배우들의 권리뿐 아니라 무단 음성 변조에 대한 경각심도 높이는 계기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 럭’은 이번 서비스를 일단 기업에만 제공하기로 했다. 수익은 성우와 소속사, 서비스 개발업체가 나눠 갖게 된다. 다른 목소리 배우들도 원할 경우, 추가 서비스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목소리도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침안을 제시한 바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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