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삶의 마지막은 병원 아닌 가족 곁에서"…재가임종 지원체계 공론화

황교진 기자 2026. 7. 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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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임종 희망은 높지만 실제는 8.3%…병원 중심 임종 현실 여전
의료·돌봄·경찰 행정 잇는 24시간 지역 지원체계 필요
재가임종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도균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 김우중 대한노인회 사무총장, 이상범 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 김영희 빛사랑 통합돌봄재활센터 대표. 뒷줄은 최원준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계장, 신성범 의원, 이인선 의원, 한지아 의원, 송석준 의원. / 디멘시아뉴스

살던 곳에서 가능한 한 오래 생활하도록 지원하는 통합돌봄은 질병과 노쇠가 깊어지는 생애말기까지 이어져야 한다. 익숙한 공간에서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받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어야 통합돌봄이 비로소 완성된다.

많은 사람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낯선 병실이 아니라 오랜 기억이 쌓인 집에서 보내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손을 잡으며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그러나 집에서 임종하려면 환자와 가족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장기요양, 응급 대응, 사망 확인과 장례 절차까지 끊김이 없이 연결되는 지역사회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은 병원 아닌 가족 곁에서'를 주제로 재가임종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했다. 토론회에는 의료·간호·노인단체·경찰·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재가임종을 가로막는 의료적·행정적 장벽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한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 분석 자료를 인용해 "장기요양 수급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희망하는 임종 장소로 자택을 선택한 비율이 67.5%에 달했다"며 "반면 2024년 실제 자택 임종 비율은 8.3%에 불과하고, 의료기관 사망 비율은 75.7%로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가임종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사망 확인과 변사 판단, 경찰 개입 등 제도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돌봄·보건복지정책과 경찰 행정을 아우르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회사와 함께 토론회 취지를 전하는 한지아 의원 / 디멘시아뉴스

"가족 곁에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해야"

축사에 나선 의원들도 병원과 시설 중심의 임종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신성범 의원은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많은 노인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머물다가 병원으로 이송돼 생을 마감한다며, 재가임종을 경로당과 노인회관 등 지역 거점과 연계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선 의원은 장기간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는 가족의 사례를 소개하며, 환자가 가족 곁에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정책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석준 의원은 치매 증상과 거동 불편으로 돌봄이 필요한 92세 어머니를 가족이 집에서 돌보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며, 특히 가족이 없거나 혼자 사는 노인도 자신이 익숙하고 좋아하는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와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연욱 의원은 연명의료와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임종 장소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까지 함께 다뤄져야 한다며,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환경을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배숙 의원은 인간은 태어날 때뿐 아니라 세상을 떠날 때도 존엄을 지켜야 하며,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사회가 함께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이상범 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 / 디멘시아뉴스

"연명의료 절차보다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돌볼지 먼저 물어야"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범 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는 재가임종은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정책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까지 지역사회에서 의료와 돌봄을 이어가는 통합돌봄의 마지막 단계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내의원 원장이자 신경과 전문의인 이 총무이사는 서울 중랑구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재택의료가 확대되면서 생애말기 돌봄과 재가임종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현장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며 "그 순간을 어디서 누구와 함께 맞이하고 싶은지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택에서 임종을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재가임종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은, 집에서 마지막까지 돌볼 수 있는 의료·돌봄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무이사는 생애말기 논의가 '죽음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집중되는 반면, '마지막까지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죽음을 선택하는 문제보다 마지막까지 어떻게 돌볼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법안 하나하나의 개별 사안만 볼 것이 아니라 생애 마지막을 맞은 환자에게 우리 사회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병원 중심의 임종 문화는 환자를 익숙한 환경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분리하고 관리와 처치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명의료 결정과 같은 의료적 절차에 논의가 집중되면서 환자와 가족이 겪는 정서적·사회적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형 호스피스 문턱과 가족에게 집중되는 돌봄 부담

이 총무이사는 췌장암으로 항암치료를 중단한 65세 남성의 재가임종 사례를 소개했다. 환자는 집에서 지내기를 원했지만 병동형 호스피스 등록 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재택의료팀은 수액과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고 지역 종교인과 연계해 돌봄을 이어갔지만, 간병을 홀로 감당하던 아내는 임종을 앞두고 극심한 부담과 불안을 호소했다.

환자가 사망하기 전날 호흡곤란이 심해지자 가족은 응급실로 이송할지 고민했지만 의료진과 상의 끝에 집에 머물기로 했다. 환자는 다음 날 새벽 가족 곁에서 생을 마감했고, 담당 의사가 직접 사망을 확인해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면서 별도의 경찰 조사 없이 장례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총무이사는 이 사례가 재가임종의 핵심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개별 의료기관이나 담당 의사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성직자 등 다양한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환자에게 전인적 돌봄을 제공하고 가족이 돌봄 부담으로 지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독거노인과 초고령 암 환자의 재가임종 사례도 소개했다. 사전에 환자의 상태를 관리하고 담당 의사가 사망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경찰 개입 없이 장례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는 예견된 자연사조차 변사사건으로 처리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은 병원 아닌 가족 곁에서" 주제로 발표하는 이상범 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 / 디멘시아뉴스

예견된 죽음도 경찰 조사…지역사회 협력체계 구축 필요

이 총무이사는 현행 제도에서는 집에서 가족이 사망하면 당황한 유족이 119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고, 사망진단서를 발급할 의사가 없으면 경찰이 출동해 형사와 과학수사대가 범죄 가능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랜 지병으로 예견된 죽음이라도 의사가 신속하게 자연사로 진단하지 못하면 변사자로 취급되는 현실이다. 경찰은 외인사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과 시신을 조사해야 하지만, 유족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직후 또 다른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무이사는 재가임종이 예정된 환자를 사전에 관리하고 신속하게 사망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 재택의료센터를 중심으로 한 의료·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종기에는 방문진료와 방문간호가 집중되고 야간과 휴일 대응도 필요하지만, 현재 재택의료센터에는 생애말기 돌봄과 임종 관리에 대한 별도의 법적 근거나 충분한 수가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가임종 관리 수가 신설과 예견된 사망 확인 절차의 법제화, 24시간 대응이 가능한 지역 거점 재택의료센터 운영, 환자와 가족을 위한 임종 준비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의료기관과 경찰, 소방,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지역 기반 협력체계를 구축해 예견된 자연사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범죄 조사와 행정절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무이사는 "재가임종은 통합돌봄의 마지막 단계이자 마지막 퍼즐"이라며 "사람이 마지막까지 자신이 살아온 곳에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의료와 돌봄, 행정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우중 대한노인회 사무총장과 김영희 빛사랑 통합돌봄재활센터 대표 / 디멘시아뉴스

대한노인회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재가임종 체계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김우중 대한노인회 사무총장은 많은 노인이 마지막 순간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기를 희망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와 간호, 돌봄, 재활, 복지, 심리 지원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 노인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다만 현재 통합돌봄은 인력 부족과 전문성, 재정지원의 한계, 서비스 전달체계의 분절, 직역 간 역할 갈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생애말기 돌봄은 일상생활 지원보다 훨씬 높은 전문성과 지속성이 요구되는 만큼 야간 돌봄과 응급 대응, 간호서비스까지 연계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의료기사 등이 하나의 팀으로 협력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 통합돌봄지원센터, 의료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역 기반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로당과 노인복지관도 어르신의 건강과 생활 변화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생활권 거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가임종은 특정 직역의 역할 확대가 아니라 "어르신은 어떻게 삶을 마무리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하는 사회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방문간호 "생애말기까지 이어져야 통합돌봄 완성"

김영희 빛사랑 통합돌봄재활센터 대표는 방문간호 현장에서 경험한 재택임종 사례를 소개하며, 생애말기 돌봄은 임종 직전 며칠이 아니라 수개월 전부터 통증 관리와 가족 교육, 임종 준비 상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문간호가 환자의 상태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방문진료와 호스피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생애말기 돌봄의 법적 근거 마련과 재택임종 행정절차 간소화, 24시간 생애말기 통합간호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찰과 복지부 입장에서 토론하는 최원준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계장과 김도균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 / 디멘시아뉴스

경찰 "의료 공백을 치안력이 메우는 현실…현행법상 조사 불가피"

최원준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계장은 재가임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병원 밖에서 발생한 사망은 현행 의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 가능성을 확인해야 해 경찰이 변사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의 진료기록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의사가 자연사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고, 의료법상 변사 신고 의무도 있어 사망진단서에 '사인미상'을 기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경찰은 형사와 검시조사관, 과학수사팀을 현장에 투입해 외인사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이는 경찰이 자의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 법체계에 따른 절차라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변사 현장에 출동한 건수는 연평균 5만 4,807건이었다. 이 가운데 의사가 현장에서 자연사(병사)로 확인해 절차를 종료한 사례는 평균 1만 7,509건이었고, 변사 절차를 진행한 사건은 연평균 3만 7,230건에 달했다.

변사 절차를 진행한 사건 가운데 약 40%인 1만 4,944건은 최종적으로 자연사로 확인됐으며, 나머지 2만 2,286건은 재난사고와 안전사고, 자살, 범죄 피해 등 자연사가 아닌 사례로 분류됐다. 최 계장은 이러한 통계는 자연사와 범죄를 현장에서 즉시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 계장은 특히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야간이나 주말에는 의료진이 신속하게 사망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의료 공백을 경찰력이 메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형사와 검시조사관, 과학수사 인력이 자연사 확인 업무에 장시간 투입되면서 범죄 수사와 민생 치안에 투입돼야 할 경찰력이 분산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절차를 단순히 축소하기 어려운 이유도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간병살인이나 존속살해를 자연사로 위장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적발되고 있어, 경찰은 국민의 존엄한 임종을 보장하는 것과 범죄를 놓치지 않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적 사후 사망 확인제 도입과 24시간 재택의료 네트워크 구축, 의료기관·소방·경찰 간 정보 공유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의료진이 현장에서 외인사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경찰 핫라인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당사자의 선택 존중하는 재가임종 체계 마련"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도균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은 재가임종의 핵심은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장기요양, 가족 지원, 임종 이후 행정절차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집에서 임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과 시설, 자택 가운데 당사자가 원하는 장소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다양한 돌봄 환경을 고려한 통합지원 모델을 마련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24시간 대응체계 구축과 의료·돌봄기관 간 정보 공유, 관계기관 협력을 통해 생애말기부터 임종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재가임종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 현장인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 / 디멘시아뉴스

"재가임종은 존엄의 문제이자 사회적 비용 줄이는 정책"

한지아 의원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재가임종 지원체계는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지키는 문제인 동시에 의료와 돌봄, 경찰 행정을 함께 개선하는 사회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시간과 인력, 보건의료비와 경찰 비용을 함께 고려하면 재가임종 지원체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오늘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후속 논의를 이어가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재가임종을 개인이나 가족의 몫이 아니라 의료와 돌봄, 행정이 함께 준비해야 할 사회적 과제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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