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청년=실수요' 아니다…부동산 대출 선별론 부상
전세·이주비 규제 공방…지역·계층별 '핀셋 금융' 주문
![15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부동산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토론회'를 개최했다. [출처=금융위원회]](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5/552778-MxRVZOo/20260715171155484suoq.jpg)
청년이라고 모두 실수요자는 아니고, 전세대출이라고 모두 서민금융도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서 대출 문턱만 낮추면 무주택자보다 집주인과 자산가가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금융정책의 초점도 '대출을 풀 것인가'보다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돈을 빌려줄 것인가'에 맞춰졌다.
15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부동산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토론회'에서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청년 참석자들은 청년 정책대출과 전세대출, 가계대출 총량규제,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 등을 놓고 맞붙었다.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은 '실수요'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던 서로 다른 대출을 정교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장에서는 정책대출 기준 때문에 정작 도움이 필요한 청년이 제도 밖으로 밀려난다는 호소가 나왔다. 한 청년 참석자는 소득·자산 기준이 정책대출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맞벌이 부부의 소득을 단순 합산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 등 불합리한 부분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청년도 다같은 청년 아냐…가족차입 등도 들여다봐야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출을 넓혀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영수 SK증권 상무는 부모나 조부모의 지원으로 고가주택을 살 수 있는 청년과 자기 소득만으로 집을 마련하려는 청년을 같은 실수요자로 봐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연령보다 소득과 자산, 자금 출처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상무는 은행 대출만 조이는 현행 규제의 빈틈도 짚었다. 그는 "최근 가족 간 차입이나 사적 금융 등 제도권 밖 자금조달이 늘었다"며 자금조달계획서에 적힌 가족 차입과 신용대출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에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부모에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계층은 규제를 피해 가고, 금융회사 대출이 필요한 무주택자만 막히는 역진성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대출 지원 확대가 집값만 올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출 한도를 늘리면 혜택이 청년보다 매도자와 개발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이를 "목이 마르다고 소금물을 마시는 것"에 비유했다. 금융지원보다 공공임대와 특별공급 등 공급 대책을 앞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편에서는 현재 소득과 자산만으로 대출 여부를 결정하면 미래 상환 능력이 있는 청년까지 주택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직접적인 규제 완화보다는 정책모기지의 소득·자산 기준을 현실에 맞게 다듬고, 부모 지원을 받기 어려운 청년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전세는 복지냐, 집값 불쏘시개냐
전세대출을 놓고는 지역별로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서 상무는 "투기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늘리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공급 여력이 있는 비투기지역에서는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되, 공급 부족이 심한 서울에서는 전세대출 확대가 전셋값과 매매가격을 함께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도 공적 보증을 바탕으로 한 전세대출이 공급이 제한된 지역의 가격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시장 안정이 필요할 때는 전세대출 지원을 취약계층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금융규제가 현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막지 못하고 대출이 필요한 계층만 억누르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장 삼프로TV 부사장은 전세대출을 투기 자금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맞섰다. 그는 "전세대출은 주택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더 나은 집을 구하려는 무주택자의 수요까지 막아선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지원이 필요한 서민의 범위는 소득과 자산을 기준으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두드러졌다. 서 상무는 2021년 하반기 집값이 진정된 배경에 DSR 강화와 총량규제가 있었다며 현행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김미루 부장은 시장이 불안할 때는 한시적으로 쓸 수 있지만 장기간 유지하면 대출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는 계층의 수요만 막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수도권과 지방에 같은 규제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은행의 주택대출 취급 비용을 높이는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도 논의됐다. 서 상무는 "대출 비용을 높여 수요를 누르는 효과가 있다"며 차주보다 은행이 부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애널리스트는 주택담보대출에만 부담금을 매기면 자금이 사적 금융이나 비은행권으로 옮겨갈 수 있다며 제도권 밖 자금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주비대출 논란 …특혜냐 공급 위한 사업비냐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은 '공급을 위한 사업비'인지 '일부 조합원을 위한 특혜'인지를 놓고 갈렸다. 이대열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은 이주비 규제가 조합원의 금융비용을 키우고 사업을 늦춰 공급 차질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가계대출 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이주비 대출이 이미 가능한 상황에서 추가 완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혜택이 서울 정비사업 조합원에게 집중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 상무는 단기적으로 대출 수요를 관리하더라도 주택을 짓는 자금까지 막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개발시장이 위축되고 비아파트 공급이 급감한 만큼 투기성 주택 구입 자금과 정상적인 공급금융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출 총량만 줄이는 정책으로는 집값 불안을 잠시 누를 수 있어도 공급 부족이라는 뿌리까지 없앨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어떻게 정교하게 구분할지 허심탄회하게 말해 달라"며 "정부도 설명하기보다 듣고, 주장하기보다 공감하겠다"고 했다. 가계부채와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요구와 청년·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가 좁아졌다는 불만을 함께 살피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이날 나온 의견을 관계부처와 검토해 향후 부동산 금융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공급·금융·세제 분야별 토론회와 온라인에서 수렴한 의견은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 다시 논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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