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퍼붓는비 재앙이었다, 철수할까 고민까지…기약 없는 올공집회 [세상&]
아침 시간 20명 남짓 구호 외쳐
“날씨 때문에 구호도 그쳤다”
국조특위, 검표 시기 놓고 난항
한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집회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윤승현 수습기자] 장맛비가 올림픽공원 집회를 덮쳤다. 6월 초 시작한 집회는 40일 넘게 이어지며 폭염과 장마까지 겹치자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집회가 장기간 이어지는 동안 각종 불법행위는 늘어나고 있지만, 또렷한 합의점은 보이지 않고 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하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조차 투표지 검표 시기를 놓고 대립하며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15일 오전 7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으로는 약 20명이 모여 애국가를 부르고 있었다. 밤사이 비가 내리며 100여명 내외의 참가자가 있던 평일 같은 시간대에 비해 규모가 대폭 줄어든 모습이었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이들은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태극기를 흔들거나, 우비를 쓰고 양손을 사용해 대형 태극기를 흔들었다. 우산이나 우비는 안 쓰고 비를 맞으면서 구호를 외치는 이도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천막 밑이나 경기장 출입문 밑을 찾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 경기장 앞 주차장 바닥에도 큰 웅덩이가 생겼다. 일부 참가자는 물을 빼내기 위해 쓰레받기를 들고나와 배수로 쪽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홍모(27) 씨는 “밤에는 거의 재앙이었다. 피켓이나 구조물들이 다 부수어지고 꺾였다”며 “비만 내린 게 아니라 바람까지 엄청나게 불어서 다 접어서 따로 모아뒀다”고 말했다.
이어 “‘철수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버텼다”며 “평소에는 이어졌던 구호가 새벽 일찍 그친 것 같다. 원래 1-2번 출입문 앞 계단에도 작은 무리가 지키고 있는데, 지금은 계단에 아무도 없다”고 했다.
2-3번 출입문을 지키고 있던 60대 A씨는 “비가 엄청 많이 왔다. 태풍처럼 몰아치기도 했다”며 “최근 내린 비로 돗자리, 텐트가 다 젖어서 얼마 전에 정비했다. 근데 이번 비로 또 다 젖어 난리 났다”고 토로했다.
A씨는 “공기가 너무 습하다 보니깐 젖어도 마르지 않는다”며 “해 뜨면 텐트를 다 분해해서 리모델링해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분리수거 천막 안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허모(31) 씨는 “밤에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2-2번 출입문 앞 천막이 들썩들썩했다”며 “천막이 무너지고 날아간 곳도 있다. 피켓 같은 건 죄다 쓰러져서 한쪽에 따로 모아뒀다”고 말했다.
올림픽공원 집회는 장맛비와 불볕더위까지 겪으며 장기화하고 있다. 이날 기준 41일째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합의점이나 돌파구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당장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하는 국조특위의 의견도 모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날 국조특위는 핸드볼경기장 내 보관 중인 투표지에 대한 공개 재검표 시기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여당은 국조특위 활동이 끝나는 8월 1일까지 재검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특검 출범 이후 재검표를 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는 끝내 재검표 추진 일정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집회가 장기화하며 각종 불법행위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관 모욕, 업무방해 등이 속출했다. 경찰이 착수한 수사한 100건 수준이다.
지난 13일 기준 경찰이 수사 중인 집회 관련 불법행위는 99건이다. 수사 대상자는 총 289명에 달한다. 경찰은 ▷대한체육회 업무방해 행위 ▷유소년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불법 수색 및 특수강요 ▷경찰관 대상 모욕 언행 등 공무집행방해 ▷취재기자 폭행 ▷집회 참가자 간 다툼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진행 중인 수사가 마무리돼 속속 검찰로 넘겨지는 피의자들도 나오고 있다. 경찰관에게 침을 뱉은 40대 김모 씨는 지난 7일 집회 참가자 가운데 가장 먼저 기소됐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경찰관에게 이름을 물어본 뒤 경찰관에게 침을 뱉었다.
집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경찰도 올림픽공원 집회를 현재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은 평화롭고 질서 있는 의사 표현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며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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