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수사팀장, ‘강간 살인 증거’ 묵살… 보고서 고의 누락 정황도 (종합)

채민석 기자 2026. 7. 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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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을 담당한 수사팀장이 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목적 살인 정황이 잇따라 발견됐지만 이를 묵살하고 일반 살인 적용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장윤기가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알았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정황도 발견해 추가 수사에 나섰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의 1차 지휘를 담당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박 모 경감(강력팀장)이 사건을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며 팀원들에게 지시해 강간 살인 가능성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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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 지시
과학수사 면담 보고서 고의 누락
장윤기 부친에게 주요 증거 넘겨
케이블타이·리얼돌 등 압수 안해
장윤기, 피해자 사전 인지 가능성
강력사건 피해자 “보완수사 유지”
여고생 살인 사건의 피의자 장윤기, 뉴스1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을 담당한 수사팀장이 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목적 살인 정황이 잇따라 발견됐지만 이를 묵살하고 일반 살인 적용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장윤기가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알았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정황도 발견해 추가 수사에 나섰다. 경찰의 ‘봐주기 수사’ 정황이 드러나자 강력사건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견제를 위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광주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의 1차 지휘를 담당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박 모 경감(강력팀장)이 사건을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며 팀원들에게 지시해 강간 살인 가능성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경감은 사건 발생 이후 잇따라 드러난 성범죄 목적 범행 정황을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성적 범행 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과학수사 면담 보고서를 수사 기록에서 누락했다. 또한 장윤기가 피해자를 제압할 때 차 뒷물이 열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도 ‘불분명하다’라는 내용을 다시 작성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뿐만 아니라 범행 전 장윤기가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던 동료에게 저지른 스토킹 범죄와 관련한 수사보고서에서도 특정 내용을 삭제하도록 했으며, 다른 분석 보고서를 첨부할 때도 ‘성적 목적’은 배제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박 경감은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리얼돌이나 케이블타이 등 주요 증거를 인멸할 때로 간접적으로 조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당일 장윤기의 주거지와 차량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박 경감은 성범죄 목적 범행의 강력한 증거인 리얼돌과 케이블타이를 발견했지만 이를 압수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박 경감은 팀원을 시켜 장윤기의 자취방 비밀번호와 차량 열쇠를 장윤기 부친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되레 박 경감은 ‘사건 은폐’ 파문이 확산하던 이달 2일 누락한 서류를 함께 검찰에 넘기라는 광주경찰청의 지시가 있었지만 팀원에게 현장 감식결과 보고서를 제외하고 송치하라고 지시했다. 오히려 케이블타이를 촬영한 현장 감식 영상을 삭제하라고 하기도 했다.

15일 광주경찰청 기자실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장윤기 사건을 둘러싸고 불거진 증거인멸·유착 등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별수사단은 이날 박 경감에게 증거인멸,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박 경감의 직속 상관들도 잇따라 입건됐다. 특별수사단은 사건 당시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입건했다. 또한 장윤기 부친에게 압수수색이나 구속 계획 등 수사정보를 알려준 팀원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팀원과 장윤기 부친근 과거 같은 근무지에서 6개월간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우발적 살인을 주장한 장윤기가 피해자를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수단은 장윤기가 범행을 저지른 지난 5월 5일 이전부터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이날 브리핑에서 발표했다. 2차 피해 우려 등 이유로 정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장윤기가 검거 당시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 공기계에서 이러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한편, 장윤기 사건으로 경찰 내부에서 ‘봐주기 수사’가 공공연히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에서는 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인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또!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 씨는 “경찰은 겨우 중상해 혐의로 피의자를 송치했지만 나중에 사건번호를 검색해보니 살인미수로 바뀌었다. 이 소식을 언론을 통해서 알게됐으며, 3일간 저를 지키는 경찰은 없었다”며 “가해자가 보복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지만 경찰은 민문 영상과 성범죄 관련 질문을 한 뒤 가해자가 아니라고 딱 한 번 둘러대자 그냥 넘어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018년 발생한 세종시 집단 성폭력 사건 피해자 또한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간 날부터 크게 실망했다. 담당 수사관은 ‘이런 사건은 송치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얘기했고 결국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라며 “그러나 이후 검찰이 사건을 재수사 요청했고,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지도 않았지만 3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재조사 후 사건은 바로 송치됐다. 검찰 보완수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마지막 진실을 밝힐 수 잇는 구원과도 같았다”라고 밝혔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또!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에서 범죄 피해자들이 등을 돌리고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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