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이겨놓곤...넷플릭스는 왜, TV처럼 되려 하나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7. 15. 12:03

TV를 대체하며 '코드 커팅(Code Cutting)' 시대를 연 넷플릭스가 이젠 TV를 닮아가고 있다. 실시간 방송 채널을 도입하고 경쟁 OTT까지 하나의 플랫폼에 묶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한때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주문형(VOD) 서비스의 상징이었던 넷플릭스가 이제는 24시간 틀어놓는 플랫폼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넷플릭스가 실시간 TV 채널과 타사 스트리밍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번들 상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열린 넷플릭스 연례 사업 검토 회의에서 경영진은 흥행작의 성공과 견조한 실적을 공유하면서도 이용자 참여도가 하락하기 시작한 점을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조사에서도 지난 4월 넷플릭스의 미국 TV 시청 점유율은 전월보다 7.8% 감소하며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넷플릭스가 주목한 것은 가입자 수보다 '참여도(Engagement)'였다. 참여도는 이용자가 플랫폼에 얼마나 자주 접속하고, 얼마나 오래 머무르며 콘텐츠를 끝까지 시청하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할리우드에서는 구독자 수만큼이나 중요한 경영 지표로 꼽히는데, 참여도가 낮아질수록 구독 해지 가능성이 커지고 광고 노출 기회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넷플릭스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TV화'다. WSJ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특정 장르나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이어서 내보내는 실시간 스트리밍 채널을 검토하고 있다. 이용자가 무엇을 볼지 직접 선택하지 않아도 콘텐츠가 계속 재생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NBC유니버설의 피콕(Peacock) 등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넷플릭스 안에서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번들 상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단순함' 전략(넷플릭스에서는 넷플릭스 콘텐츠만 제공)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그러나 유튜브는 물론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투비(Tubi), 로쿠 채널(Roku Channel) 등이 '가볍게 틀어놓는 시청' 수요를 흡수하면서 넷플릭스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사실 넷플릭스의 TV화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사 TF1 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넷플릭스 프랑스 이용자는 앱 안에서 TF1의 실시간 방송 채널과 주문형 콘텐츠(TF1+)를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유례없는 파트너십"이라고 소개하며 "이용자들이 넷플릭스를 매일 찾을 이유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도 방송사와의 협업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SBS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런닝맨',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CJ ENM과 JTBC 콘텐츠 역시 꾸준히 공급받고 있다.
넷플릭스 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방송사와 협업을 확대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앞으로도 시장 흐름에 맞춘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협업이 플랫폼과 방송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의 가장 큰 목표는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방송사는 시청층을 넓히고 넷플릭스는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강화할 수 있어 양측 모두 윈윈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실시간 채널과 라이브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궁극적인 목적으론 광고 사업 확대도 꼽힌다. 광고형 요금제가 안착한 뒤 이용자의 체류 시간은 곧 광고 노출 시간으로 연결되고 있는데, 뉴스나 스포츠, 실시간 방송은 건너뛰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광고 효율도 높다는 것이다. 최근 라이브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결국 넷플릭스가 바꾸는 건 단순한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아니라 시청 습관이다.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만 켜는 서비스를 넘어 특별히 볼 것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실행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 TV의 최대 경쟁자였던 넷플릭스가 이제는 TV의 가장 강력한 장점까지 흡수하며 미디어 소비의 중심을 차지하려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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