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올해 그냥 날리나?…'독이 든 성배'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협회장 선거도 불투명…멀리 보고 꼼꼼히 준비해야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지도자 입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묘하다. 꽤 매력적이지만 위험 부담이 상당하다.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은 그래서 적절하다.
아시아 랭킹 3~4위를 유지하는 팀이라 일단 월드컵 진출 가능성이 높다. 지도자 이력서에 월드컵 본선서 특정 국가를 이끌었다는 내용이 적히는 것은 의미가 크다. 아시아 최고 대회인 아시안컵 우승도 노릴 수 있는 팀이다. '인간적 대우'는 으뜸이다. 히딩크가 아직도 '한국앓이'를 하는 것처럼, 일단 정을 맛보면 떠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부담스러운 곳이다. 정작 월드컵 본선에서는 1승 거두기가 쉽지 않고 아시안컵에서 우승 못한 게 66년이 넘었는데도 월드컵에서 이기지 못하거나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처참한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 인간적 대우는 좋으나 '현실적 조건'이 대단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대한축구협회가 그리 많은 돈을 제시하진 못한다.
일반 축구팬들은 왜 우리는 '세계적인 명장'을 영입하지 못하느냐 성토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투정이다. '오일 머니'로 무장한 중동 국가처럼 아주 많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성적에는 크게 연연하는 나라에 선뜻 오려는 톱클래스 지도자는 없다.
그렇지만, 보다 높은 지위를 꿈꾸거나 재기를 노리는 '경계'에 있는 지도자 입장에서는 가치를 높이기에 좋은 곳이다. 승승장구하다 꺾였던 히딩크가 2002 월드컵 이후 다시 빅리그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았고, 중국 등에서 흠집이 났던 벤투 역시 2022 월드컵을 통해 주가를 높였다. '먹튀'로 끝난 클린스만도 그런 그림을 꿈꿨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 사령탑 자리가 공석이 되면 '괜찮은 이름값'의 지원자가 꽤 많다. 홍명보 감독 사퇴 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아직 차기 감독에 대한 방향성을 확실하게 만든 것도 아닌데도 벌써 많은 후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백수'로 지내는 이들의 관심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한 축구 관계자는 "특정 국가나 클럽의 감독 자리가 비면 전 세계에 '무직 지도자'들의 제안서가 날아든다. 한국 대표팀이나 K리그의 빅클럽들도 마찬가지다. 팀이 움직이지 않아도 감독들이 먼저 달려든다"면서 "최근에 달라진 흐름도 아니다. 이미 한참 전부터 팀이 나서지 않아도 서류가 쌓였다"고 밝혔다. 여기서 잘 분류해야 한다.
한 에이전트는 "감독들에게 팀은 직장과 다름없다. 1~2년 쉬어도 다음 자리가 보장되는 소수의 지도자들 아니면 구직 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빈자리가 발생하면 지도자들이 대리인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의사를 타진한다"고 말한 뒤 "절절하게 구애하는 지도자도 있으나 모두가 '진심'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소위 '간'을 보기 위해, 대중 속 자신의 평판 조회를 위해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진짜 관심 있는 팀과 유리한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 위해 다른 곳과 연결돼 있음을 알리기도 한다.
세계 축구계에서 어느 정도 성과와 인지도가 쌓인 한국은 '홍보용'으로도 아주 좋다. 대한축구협회 실무진들은 그래서 더 꼼꼼해야 한다. 클린스만처럼 한국 축구의 새로운 도약을 철석같이 약속한 뒤 '월급 루팡'처럼 지내다 떠나면 피해는 고스란히 남은 자들의 몫이다.
북중미 월드컵 참패로 다음 사령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진 상황인데 그 어느 때보다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장도 없고, 다음 협회장을 뽑기 위한 방식도 풀어야 할 것이 많다. 결정된 것은 없는데 결정해야 할 게 많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특수하기에, 회장 권한대행이 지금 전력강화위원장과 대표팀 사령탑을 뽑는 이례적인 결정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대행과 현 전강위원장이 그런 책임을 지려할 것인지도, 그렇게 뽑힌 사령탑이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면서 "그렇다고 공석이 길어지면 곤란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어려운 협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수준 높은 팬들의 입맛에 맞는 꽤 괜찮은 이름값을 지닌 성실하고도 한국 축구와 어울리는 지도자를 찾아야 하는데 계약은 5~6개월 뒤에 체결해야 할지도 모른다. 난제다. 지금 떠도는 이름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최악의 경우 2026년을 모두 허비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시간과 노력을 줄이기 위해, 지금은 방향과 기준을 철저하게 세우는 것에 집중해야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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