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ADR 상장 왜 안 하나…현금 많고 공시·소송 리스크는 폭증[biz-플러스]
스마트폰 등 B2C 사업 비중도 커
소비자 집단 소송 리스크에 노출
주요 경영 판단도 소송 대상 올라
업계 “얻는 것보다 부담이 더 커”

삼성전자가 미국 증시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는 방안에 대해 사실상 선을 그었다. 글로벌 투자자와 일부 주주들은 미국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해 ADR 상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삼성전자는 현재로서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공시 체계 운영에 따른 비용과 미국 증권법상 집단소송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ADR 상장 추진 않기로
신주 발행 통한 지분 희석 부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005930)에 ADR 상장을 제안하는 글로벌 IB들이 있었고 IB 측 제안을 삼성전자가 검토하는 수준의 논의가 있었다”며 “다만 삼성전자가 ADR 발행을 결정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충분한 자체 투자 재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과 단기 금융상품을 합친 현금성 자산이 약 147조 원에 달한다. 2분기에는 전 세계 민간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89조4000억 원 규모의 잠정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약 54조 원 수준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재무 여력은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진행하면서도 자체적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DR 상장을 위해 신주를 발행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자체 투자 재원이 충분한 만큼 신주 발행을 통한 지분 희석을 수용하면서까지 미국 증시에 ADR을 상장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경영 판단조차 美 집단소송 대상
법적 부담 커지면 경영판단 위축

‘외국민간발행인(Foreign Private Issuer)’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정기 공시 체계에 들어가면 연차보고서(Form 20-F)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더해 국내 법령이나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공개한 중요 정보는 ‘Form 6-K’를 통해 미국 투자자에게도 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
Form 6-K 제출 대상에는 실적과 재무 상태뿐 아니라 △경영권 및 경영진 변동 △주요 자산 인수·처분 △중대한 법적 분쟁 △증권 발행 및 채무 변동 △주요 주주·임원과의 거래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 등이 포함된다.
단순히 국내 공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 공시와 SEC 제출 문서 간 내용과 표현, 중요성 판단이 일치하는지 검증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가장 큰 부담은 미국식 증권 소송 리스크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미래 실적 전망을 발표했지만 실제 결과가 크게 달라졌거나 중요한 사업 위험 요소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할 경우 “잘못된 정보를 믿고 투자했다”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투자자는 기업이 SEC 제출 문서나 투자자 대상 발표에서 중대한 허위·누락 정보를 제공해 손실을 입었다고 판단하면 증권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심지어 미국 상장사는 ‘사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에 따른 내부통제 의무까지 부담한다. 이 법 제302조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차보고서에 중요한 사실이 허위로 기재되거나 누락되지 않았으며 재무 정보가 회사의 재무 상태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직접 인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소송 위험을 우려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 美 갤럭시·TV·가전 등 인기
제품 결함 등 소비자 소송 우려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다양한 소비자 제품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6%의 점유율을 기록해 애플(5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TV 시장에서도 출하량 기준 20%대 점유율로 업계 1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제품 결함이나 개인정보 보호 등과 관련한 소비자 집단소송은 ADR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ADR 상장 이후 이러한 분쟁이 회사의 재무 상태나 사업 전망에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충분히 공시하지 않거나 위험을 축소해 설명했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공시 정보를 믿고 ADR을 매수한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 제공을 받지 못해 손실을 봤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모바일·가전 사업하는 삼성
SK하이닉스와 지배구조 달라 부담

SK하이닉스(000660)는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지분 20.5%를 직접 보유한 비교적 단순한 구조다. 여기에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공시와 지배구조 설명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모바일, 가전 등 여러 사업을 운영하면서 삼성물산·삼성생명 등 계열사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ADR 상장 시 주요 관계사와의 거래 내용과 거래 조건이 회사 및 주주에게 공정한지 여부를 설명해야 한다. 특히 미국 기준에 맞춰 그룹사 간 거래와 의사결정 절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에 ADR 상장 시 SEC 공시와 내부통제, 증권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상시적으로 발생한다”라며 “삼성전자로서는 이 같은 비용과 위험을 감수할 만큼 미국 상장의 실익이 분명한지가 불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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