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올해가 마지막 복날일지도”…빈자리 늘어난 보신탕 골목
폐업·전환 내몰린 업주들
내년 ‘개 식용 금지’ 앞두고
사육견 수 3만 마리로 급감

초복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12시경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매년 복날 손님이 몰렸다는 보신탕집들은 열 개 남짓한 테이블 가운데 절반 가량만 차 있었다. 친구들과 식당을 찾은 70대 A 씨는 주변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예전에는 자리 잡기도 어려웠는데 오늘은 빈 테이블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젊을 때부터 복날이면 이곳에 와 한 그릇씩 먹었다”며 “내년부터는 못 판다고 하니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약속을 잡았다”고 했다.
보신탕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달라지면서 남은 손님들도 발길을 줄이고 있다. 80대 손님 B 씨는 “시대가 바뀌었으니 법으로 금지하는 것도 이해한다”며 “자식과 손주들이 말리기도 하고 주변에 보신탕을 먹으러 간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가게에 들어가는 모습을 아는 사람이 볼까 신경 쓰인다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이곳 ‘보신탕 골목’의 풍경이다. 2024년 2월 제정된 일명 ‘개 식용 종식법’의 유예기간 종료가 임박한 탓이다. 2027년 2월 7일부터는 식용견 사육과 도살, 개고기 유통·판매 행위를 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보신탕 업자들과 사육 농가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초복을 맞게 된 셈이다.
실제 식용견 사육 기반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10월 1537곳 수준이었던 전국 개 사육 농장은 지난해 말 기준 333곳만 남았다. 사육견 수도 2024년 46만 6000마리에서 현재 약 3만 마리 수준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도매가는 크게 치솟았다. 식용견을 키우다 염소 사육으로 전환했다는 농장주 C 씨는 “2024년에는 개고기 600g이 5800원 정도였는데 공급 자체가 줄어든 바람에 최근에는 2만 원까지 올랐다고 한다”며 “거의 3~4배 차이”라고 전했다.
보신탕집들은 폐업과 업종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남은 개고기마저 확보가 어려워지는 대로 문을 닫거나 염소탕집으로 바꾸려는 곳이 대부분이다. 업종 전환을 준비 중이라는 D 씨는 “시내 보신탕집은 거의 다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며 “연 초에 염소탕으로 바꾼 곳도 상당수”라고 했다.
하지만 염소탕이 기존 보신탕 수요를 그대로 흡수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업주들 고민거리다. D 씨는 “양념을 비롯한 재료는 대체로 비슷하지만 조리법과 맛이 전혀 다르다”며 “다른 선택지가 없어 전환하는 경우가 많을 뿐 기존 손님이 그대로 넘어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문점이 빠르게 늘어 경쟁이 치열하고 염소 특유의 냄새에 대한 호불호도 크다”고 덧붙였다.
농장들이 대안으로 택하는 염소 사육도 안정적인 선택지는 되지 못하고 있다. 농장과 식당을 함께 운영중이라는 E 씨는 “상인에게 연락하면 바로 팔 수 있어 현금화가 쉬웠던 식용견과 달리 염소는 경매장이 있어도 제때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잔반을 먹이면 충분했던 개와 달리 염소는 배합사료를 계속 투입해야 해 생산비 부담도 큰 편이라고 한다.
값싼 수입산과의 경쟁도 새로 시장에 진입한 전업 염소 농장주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업자들 사이에서 국내산 염소 고기 시세는 ㎏당 3만 2000~3만 5000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통상 1만 2000~1만 7000원 선에 가격이 형성돼있는 호주산 대비 최대 3배 값비싼 셈이다. E 씨는 “식당 입장에선 당연히 수입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농가가 수익을 내려면 살아 있는 염소 기준 ㎏당 1만~1만 2000원은 받아야 하지만 현재 거래가격은 7000~8500원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런 어려움 탓에 아예 농장 일을 접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부의 전업 지원책을 두고도 이들 사이에선 체감상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다른 농장주 F 씨는 “연 2% 금리로 최대 3억 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보조금이 아닌 대출일 뿐”이라며 “세금계산서·자재비·인건비·통장 거래 내역 등을 모두 제출해야 해 절차도 까다롭다”고 주장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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