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빨리 짓나⋯ 글로벌 반도체 ‘증설 레이스’ 시작됐다

정수연 기자 2026. 7. 15. 06: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SK, 서남권 신규 투자에 용인 클러스터 조기 가동 ‘속도전’
마이크론·인텔·난야·CXMT도 생산능력 확충에 총력전 태세
지난 3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위치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공사 현장. 정수연 기자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폭증하면서 AI 팩토리를 구동할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자 세계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이젠 기술력보다 얼마나 많은 반도체를 얼마나 빨리 공급하느냐가 경쟁력이 된 시대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증설 러시’가 펼쳐진 것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국을 잇는 반도체 벨트 구축에 나섰다. 새 투자 거점으로 서남권을 낙점, 800조원을 쏟아 붓는다. 여기에 정부의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총력전에 돌입했다. 

기존 클러스터 구축도 서두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당초 2045년 완공 목표였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4개 팹 건설을 2033년내 마무리한다. 삼성전자 역시 용인 국가산업단지 첫 번째 생산공장 가동 목표를 2029년으로 1~2년 당겼다.

전례 없는 ‘메모리 수급난’이 부른 ‘속도전’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능력’ 자체가 기업 경쟁력이 됐다. ‘다운턴’과 ‘업턴’이 반복되던 반도체 산업의 전통적인 사이클도 무의미해졌다. ‘슈퍼사이클‘ 지속론이 대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ADR 오프닝벨 행사 기자간담회를 통해 “AI 산업 확대로 반도체 산업에 구조적인 변화는 일어났다. 과거 같은 사이클로 움직이지 않는 게 확실해졌다”고 단언할 정도다.

해외 기업들도 증설 속도전에 가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잇는 글로벌 3대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14조원을 투자해 2028년부터 HBM 생산기지로 활용한다. 미국 아이다호 보이시와 뉴욕 메가팩토리에서도 HBM 패키징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만 최대 D램 기업 난야테크놀로지는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의 4배까지 키우고, 중국 창신메모리(CXMT)도 IPO 확보 자금을 생산라인 강화에 붓는다. 파운드리 사업 재건을 노리는 인텔 역시 아일랜드 공장에 50억유로를 투자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래 명운을 걸고 ‘쩐의 전쟁’을  시작한 셈이다.

결국 AI 시대 반도체 시장의 승부는 기술 뿐 아니라 ‘누가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해도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수급에 따른 사이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만큼, 다운턴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지금은 수요가 많은 상황이니까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의 전략이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어떤 변수가 찾아올지 모르니, 수요 둔화기에도 파생 기술과 새로운 사업으로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고 지적했다.

정수연 기자 ssu@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