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땐 마스크 쓰고라도 왔지"…폭염 속 전통시장 손님 '뚝' [르포]

정지윤 기자 2026. 7. 1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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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도 폭염에 유동인구 '뚝'…시장 상인들은 냉방 용품 총동원
7월 전통시장 경기전망지수 70.7…"휴가철엔 장사 더 안 될 것"
14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7.14 ⓒ 뉴스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이어지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무더위를 피해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까지 늘어나자 일부 상인들은 "코로나19 때보다 경기가 더 좋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넥쿨러·선풍기로 무장한 상인들…"장사 안돼 수량도 줄여"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은 인근 한강 나들이객들로 성수기를 맞는 봄철과 비교하면 유동 인구가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한 50대 상인은 "날씨가 더우니 사람도 별로 없고 장사도 안된다"며 "물건도 많이 안 내놨다. 7월 들어 들여오는 수량도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옥수수 가게를 운영하는 현 모 씨는 뜨거운 찜기 앞에서 연신 땀을 흘리며 "덥기는 하지만 여름이 옥수수가 제철이라 어쩔 수 없다"며 무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각종 아이템도 눈에 띄었다. 상점마다 선풍기는 물론이고 이동식 냉방 장치를 비치하는가 하면 상인들은 목에 두르는 얼음팩인 '넥쿨러'와 흐르는 땀을 막기 위해 이마에 두건을 매기도 했다.

여름철 날벌레를 내쫓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생선가게 매대에는 모기향이 올려져 있는가 하면 횟집 직원은 전기 파리채를 휘두르며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고 파리를 잡기도 했다.

참기름 등 각종 식료품을 파는 40대 김 모 씨는 "여름철이라 시원한 게 그나마 잘나간다"며 "지금 가게를 연 지 몇시간 안 됐는데 식혜랑 냉콩물이 5병은 나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가게에서 콩물과 식혜를 팔고 있다. 2026.7.14 ⓒ 뉴스1 정지윤 기자

"사람 하나도 없다"…더운 날씨에 점심시간 직장인들도 외면

같은날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은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더욱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드는 망원시장과 다르게 공덕시장은 주요 소비층이 인근 주민들로 한정된 탓에 더운 날씨의 직격타를 맞은 모양새였다. 햇볕을 막아줄 아케이드 또한 없어 후끈한 열기가 한층 더 느껴졌다.

야채가게 주인 김덕란 씨(82)는 가게를 지키며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김 씨는 "장사가 하나도 안 된다"며 "더워서 사람이 아무도 안 온다"고 손사래를 쳤다.

공덕시장에서 전집을 운영 중인 70대 박정환 씨는 땀을 닦아가며 뜨거운 철판을 닦아냈다. 박 씨는 "날씨가 더우니 우리 같은 전집은 장사가 하나도 안 된다"며 "주변을 봐라. 사람이 하나도 없지 않냐"고 하소연했다.

박 씨는 "더운 날씨도 날씨지만 중동 전쟁 이후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몸소 느끼기엔 코로나 때보다 장사가 더 안되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공덕역 주변 회사의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시장 입구를 기웃거렸지만 '이 날씨에 너무 덥지 않겠냐'며 일부는 주변 식당가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이 무더운 날씨에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7.14 ⓒ 뉴스1 정지윤 기자

올해 두 번째로 낮은 7월 전통시장 BSI…"휴가철 더 나빠진다"

무더운 여름철 소상공인들이 몸소 체감하고 있는 경기 악화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7월 전통시장의 경기전망지수(BSI)는 70.7로 전월 대비 12.5포인트(p) 대폭 하락했다. 올해 1월 다음으로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7월 체감경기 악화 원인으로 경기 악화(63.7%), 계절적 비수기(44.7%), 매출 감소(34.0%)를 주요 악재로 전망하기도 했다.

7월 말~8월 초에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있어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전통시장이나 로드샵은 아무래도 더위에 취약하다 보니 복합쇼핑몰 같은 곳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가게 된다"며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데 더운 날씨가 (매출 악화를) 더 부채질하는 것 같다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도심지 전통시장의 경우 휴가철에는 원래도 장사가 잘 안되는 때"라며 "6월 초부터 경기가 꺾였다는 반응이 많은데 폭염까지 찾아오며 올해는 특히 더 힘든 것 같다는 평가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14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가게에서 선풍기를 팔고 있다. 2026.7.14 ⓒ 뉴스1 정지윤 기자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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