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 길거리에, 밀크티 배달은 드론이…중국 선전은 매일 ‘CES 중’

“와, 로봇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중국 광둥성 선전 도심의 국가인재공원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자 산책하던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키 173㎝에 무게 75㎏, 성인 남성만 한 몸집의 로봇은 중국의 로봇 업체 ‘엔진 AI’가 지난해 말 선보인 플래그십 모델 ‘T800’. 7월 중순 선전에서 열리는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 리그 ‘URKL’ 홍보를 위해 대표 로봇이 직접 나선 것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 주민들에게 로봇,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들은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고, 공원에서는 인간 라이더 대신 무인기(드론)가 배달한 밀크티를 마신다.
일상 속으로 걸어들어온 로봇

최근 시 외곽 룽강구에 문을 연 중국 최초의 로봇 특화 거리 ‘로봇 블록’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인기를 끌며 로봇의 일상화를 앞당기고 있다. 단순 전시를 넘어 연구·개발부터 실증, 판매, 체험까지 로봇 산업의 전체 밸류 체인을 한데 모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25일 오전 방문한 로봇 블록에서는 부모와 나들이를 온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로봇 제품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곳에선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로봇을 볼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대 위 피아노를 치는 것도, 거리를 청소하는 것도, 축구를 하는 것도 모두 로봇이었다. 로봇이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고 실증 데이터를 쌓는 것이다.
AI 기술 기반 장난감이나 스마트 안경 등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서 볼 법한 제품도 마치 편의점 가듯 쉽게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었다. 한 전시장에 진열된 중국 업체 ‘로키드’의 스마트 안경은 실제 올해 초 CES에서 선보여 관심을 모은 제품이기도 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 AI 기술로 건강 상태를 진단해주는 기기 역시 올해 CES에서 공개된 캐나다 업체의 제품과 유사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20600091

신제품 일주일이면 ‘뚝딱’···신제품 테스트 베드 화창베이

‘IT 1번지’ 선전의 힘은 화창베이에서도 확인됐다. 푸톈구에 위치한 화창베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판 용산전자상가’다. 20여개 전자 전문 상가 건물에 11만개 점포가 빼곡히 들어찬 이곳에는 하루 평균 유동 인구만 100만명에 달한다.
1980년대 후반 전자 부품 업체가 하나둘 모이며 시작된 이곳은 이제 최신 IT 완제품이 가장 먼저 선을 보이는 테스트 베드로 자리매김했다. 선전의 스타트업들은 자사의 실험적인 신제품을 화창베이에 내놓고,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수정과 보완을 거친다.
지난달 24일 오후 찾은 화창베이에는 말 그대로 없는 게 없었다. AI 기능이 접목된 스마트 안경부터 반지, 장난감 등 제품이 한 평 남짓한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제품의 다양성만큼이나 혀를 내두르게 한 것은 저렴한 가격이었다. 화창베이 내 최대규모 상가인 화창전자세계의 한 매장에서는 이어폰 모양의 AI 동시통역기는 190위안, 한국 돈 4만2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화창전자세계 관계자는 “매주 1000가지가 넘는 신제품이 출시되고, 제품 하나가 나오는 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하다”며 “화창베이에서 찾을 수 없는 제품과 부품은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2000년대 전성기 동대문 의류상가의 활기가 떠올랐다.

‘경계’보다 ‘친근감’

AI 기술에 대한 친숙함이 큰 만큼 경계심은 적은 듯했다. 한국에서라면 논란이 일 법한 기술이 별다른 저항 없이 상용화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린아이도 출입 가능한 전시관에 성인 여성의 모습을 피부까지 구현한 ‘반려 로봇’이 깜찍한 판다 모양의 아동용 AI 장난감 맞은편에 진열돼있었다.
로봇 블록의 또 다른 전시관에서는 AI로 학생 생활과 성적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AI 스마트 교실’ 홍보가 한창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적용된 학교에서는 관리자가 카메라를 통해 교실 내부와 복도는 물론 담벼락 같은 구석진 곳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아픈 학생을 빠르게 파악하거나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AI가 학생 개개인 및 학급별 학습 상황과 성적을 관리하고 이를 보호자에게 메시지로 전송하는 기능도 눈에 띄었다. 사생활 침해로 인한 불만이 제기되지 않느냐고 묻자 관계자는 답했다.
“선전의 한 고등학교가 이 시스템을 1년간 도입했는데 그해 가오카오(중국판 수능) 성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성적을 올리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좋아하죠.”
해당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중국 신화통신사에서 주관한 한·중 언론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선전 |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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