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울 최대 '강동 포레온' 창고형 공습 ...18곳 약국, 줄폐업 '대혼란'

김이슬 기자 2026. 7. 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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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 모델’ 기성 상권 침투, 덤핑·환자 유인에 보건소 조치도
약국가 가격 비교 항의에 매약 포기도, 의원 입점 시 2차 파장 우려
사진 김이슬 기자

그동안 도시 외곽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창고형·마트형 약국'이 이미 촘촘하게 상권이 형성된 초대형 약국 단지 심장부까지 파고들었다.

최근 약국가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내에 소문만 무성했던 대형 마트형 약국이 결국 문을 열었다.

해당 약국은 지하철역과 연결돼 유동 인구가 집중되는 길목을 선점했으며, 대형 입간판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의원 공사 중 속 약국만 선오픈…'이수역 모델' 꼼수 영업 차단 총력

당초 이 공간은 약국과 의원이 결합해 약 150평 규모로 동반 입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약사공론 취재 결과 현재 의원은 공사 중이며 약국만 약 한 달 전 문을 연 상태다.

문제는 이 약국이 단순히 대형 약국의 등장을 넘어 과거 업계를 뒤흔들었던 변칙적인 운영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쌍화탕·박카스 100원 판매, 결제 금액별 포인트 적립 등 과열 경쟁으로 논란을 빚어 행정조치를 받았던 '이수역 마트약국'과 동일한 명칭 및 콘셉트를 그대로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약사회에 따르면 해당 약국은 개설 초기부터 사은품 증정 등 과열 마케팅을 벌였다.

이에 해당 행위가 환자 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즉각 보건소에 신고해 행정 지도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현재는 해당 약국의 경품 증정 행사는 차단된 상태다.

지역약사회 관계자는 "무분별한 마케팅으로부터 인근 회원 약국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개설 초기부터 긴박하게 움직였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수증 까서 보여줘도 도둑놈 취급"…무너진 가격 신뢰도

약사사회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해당 약국의 '입지 변화' 때문이다.

과거 창고형 약국들이 외곽 지역에서 원거리 소비자를 흡수했다면, 이번에는 이미 18개 약국이 촘촘하게 생존 경쟁을 벌이던 기성 상권 한복판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실제 인근 약국들은 일반의약품 판매 감소보다도 소비자들의 가격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는다. 포인트 적립과 가격을 기준으로 약국을 비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존 약국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A약사는 "손님들이 대뜸 '저쪽은 포인트도 쌓아주고 약값도 싼데 왜 여기는 비싸냐'며 항의를 했다"며 "주문 수량에 따른 사입가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도매상 영수증까지 직접 보여주며 읍소해도 전혀 믿지 않는 눈치다. 이미 '바가지 약국'으로 낙인찍힌 것 같아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이야기해도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며 "이미 일반약 마진은 포기한 상황이었는데 가격 항의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일반약 판매 자체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약국도 늘고 있다. 인근 B약사는 "하루 종일 가격만 묻고 비교하는 손님들이 많다 보니 남는 것이 거의 없어도 가격을 맞춰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조정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진 김이슬 기자
사진 김이슬 기자

소문이 현실로…폐업 공포 속 '의원 입점' 2차 폭탄 대기

경영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이나 양도를 고민하는 약사들도 늘고 있다.

C약사는 "마트형 약국이 들어온 이후 일반약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이미 약국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라며 "인근에서 폐업한 약국도 있었는데 원래도 경쟁이 치열했던 상황에서 마트형 약국 입점 소문이 돌면서 결정을 앞당긴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닥쳐올 2차 파장이다.

현재도 대형 마트형 약국의 규모와 인지도로 인해 처방전이 흘러 들어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향후 소문대로 150평 규모 공간에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들어설 경우 인근 약국가의 몰락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A약사는 "지금은 의원이 공사 중이라 일반약 가격 비교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의원이 본격적으로 오픈하면 처방 환자 독식 현상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며 "대형 마트형 약국이 처방과 매약을 모두 흡수해 버리면 주변 골목 약국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역약사회 관계자는 "이미 단지 내 약국 간 경쟁이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덤핑을 무기로 한 마트형 약국이 들어와 상도덕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인근 약국들은 근무 시간 단축이나 직원 감축 같은 구조조정으로 연명하다 결국 도미노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