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행료 20%’ 철회…“중동 국가들 대미투자로 받겠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2026. 7. 15.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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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對)이란 봉쇄를 재개하는 한편, 해협을 통과 시켜주는 대가로 걸프 국가들로부터 대규모 미국 투자 계약을 받아내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미국의 20% 통행료 부과 발표 이후 "안전한 통항을 제공하는 측은 보상받아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서 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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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휴전 사실상 와해]
‘화물 가치 20%’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이중잣대 논란 커지자 반나절만에 철회
걸프국 대미 투자액 구체적으론 안밝혀
예멘 공항에 미사일 폭격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알마시라 방송이 13일 (현지 시간) 예멘 수도 사나 국제공항에 미사일(빨간색 원 안)이 떨어져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을 공개했다. 후티는 이날 공습 주체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목하고 사우디 아브하 공항에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4년간 휴전 상태였던 양측의 군사 충돌이 재개될 경우 미국-이란 전쟁과 맞물려 확전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나=AP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對)이란 봉쇄를 재개하는 한편, 해협을 통과 시켜주는 대가로 걸프 국가들로부터 대규모 미국 투자 계약을 받아내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해협 통과 화물에 대해 화물 가치의 20%에 해당하는 비용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이중 잣대’ 논란이 거세지자 반나절 만에 이를 거둬들인 것이다.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 통행 방식을 놓고 미국 행정부 방침이 오락가락하면서 관련국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통행료 20% 철회, 대미 투자로 대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동 여러 국가 지도자들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눈 끝에, 앞서 발표했던 ‘미국 보상 수수료(United States Reimbursement Fee)’ 20%를 철회하고 그 대신 걸프 국가들이 미국에 대규모 무역 및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13일 역시 트루스소셜에서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에 대해서 화물 가액의 20%를 통행료로 부과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다음날 바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방침을 변경한 데에는 그간 이란의 통행료 징수에 대해 반대해 온 미국의 정치적 입장이 자가당착에 빠진 점과, 20% 요율이 지나치게 높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등이 모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미국과 지난달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에도 60일간 추가 협상이 끝나면 통행료를 의무적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반면 미국은 이에 대해 국제법상 자유로운 통항이 보장된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에 비용을 부과하는 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해 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중동 방문 때 “국제 수로에서는 어느 나라도 통행료나 사용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했다. J D 밴스 미 부통령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같은 입장을 밝혔다.

실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미국의 20% 통행료 부과 발표 이후 “안전한 통항을 제공하는 측은 보상받아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서 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통행료 부과 방침이 오히려 이란에 통행료 징수 명분만 제공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지금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Guardian)”라고 썼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20% 요율 자체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유가인 배럴당 약 80달러를 기준으로 2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에 20%를 적용하면 약 3000만 달러(약 448억 원)의 통행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앞서 이란이 전쟁 발발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척당 200만 달러(약 30억 원)보다 15배가량 많은 액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국가들과 해운 업계의 반발 여론을 의식한 듯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을 제외한 모든 선박에 개방돼 있다”며 전면적인 봉쇄가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이나 이란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에만 적용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란의 거짓되고 폭력적이며 악의적인 지도부는 그들을 완전한 파멸의 길로 이끌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대외 압박·대내 진화용 카드 지속되나

트럼프 대통령이 통행료 부과 방침을 일단 거둬들였지만, 종전 협상이 난항에 빠진 상황에서 언제든 다시 이란을 겨냥해 ‘압박용 카드’로 꺼내 들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비용에 대한 미국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높은 우방국에 비용 분담과 군사 지원 등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도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안보의 유료화’ 논리가 그대로 담겼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걸프국들의 대미(對美) 투자액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 경제적 효과를 역설하고 나섰다. 그는 “이러한 투자는 막대한 규모가 될 것이지만, 동시에 걸프 국가들과 그들의 미래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역사적인 수준으로 공장, 설비, 장비들이 미국에 쏟아져 들어와 수백만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다시 한번 승리하고 있으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승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4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중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명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으로 불리는 지하 핵시설에 대한 공습 계획도 밝혔다. 이란에 대한 군사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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