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놓치기 쉬운 ‘위장관 천공’ AI가 잡는다[헬스케어 소식]
복부 CT 영상서 유리가스 탐지

은평성모병원은 외과 김동진 교수 연구팀(박신혜 교수, 토론토대 김상욱 연구원, 이중협 연구원, 부천성모병원 이하예민 교수)이 위장관 천공의 핵심 소견인 유리 가스를 복부 CT에서 자동 검출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외과 분야 국제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에 게재됐다.
위장관 천공은 위·십이지장궤양이나 염증 등이 악화되면서 장기에 구멍이 생기는 질환이다. 의학 발전으로 발생 빈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사망률과 합병증 위험이 높아 조기 진단과 응급 수술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공이 발생하면 위장관 내부의 공기가 복강으로 새어 나와 유리 가스가 생기는데 이는 천공을 의심하는 가장 중요한 CT 영상 소견으로 꼽힌다. 다만 미세한 유리 가스는 발견이 쉽지 않아 응급실에서는 의료진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진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2019년 4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위궤양 천공으로 수술받은 환자 127명의 CT 영상을 학습시켜 유리 가스 영역을 자동으로 분할하는 AI 모델 ‘FA-NET(Free Air Net)’을 개발했다. 이후 유리 가스와 영상 소견이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 충수염 환자 76명의 CT 영상을 추가 학습시키고 오탐을 줄이는 ‘네거티브 트레이닝’ 기법을 적용해 고도화 모델인 ‘FA-NET-NT’를 완성했다.
FA-NET-NT는 정확도를 나타내는 다이스(Dice) 점수 0.87을 기록했으며 영상 단위 분석에서는 민감도 85%, 특이도 96%를 보였다. 이어 새로운 환자 215명을 대상으로 한 검증에서는 위궤양 천공을 95∼96%의 민감도로 탐지했고 충수염과 췌장염, 담낭염 등 다른 질환과도 82∼92%의 특이도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CT 장비 제조사와 촬영 프로토콜이 다른 외부 병원 환자 237명을 대상으로 다기관 검증도 실시했다. 그 결과 위궤양 천공에 대한 민감도는 95%를 유지했으며 충수염(88%), 췌장염(88%), 담낭염(82%), 장폐색(80%) 등 다른 질환과도 높은 특이도를 보여 다양한 의료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이번 AI 모델은 의료진의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응급 상황에서 놓치기 쉬운 유리 가스 소견을 한 번 더 확인해 주는 ‘제2의 눈’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야간이나 휴일처럼 전문 인력이 부족한 응급실에서 수술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다기관 전향적 임상연구와 영상의학과 전문의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교수와 박 교수는 이번 연구로 2024년 대한위장관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 우수구연상을 수상했으며 2025년에는 로봇을 활용한 최소 침습 식도절제술 연구로 같은 학회에서 다시 우수구연상을 받은 바 있다.
김지현 기자 kinn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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