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보다 강한 AI 격변”… 경제-AI리더들 “당장 행동해야”
노벨상 16명 등 200여명 공동성명
“안갯속 달리듯 앞날 예측 어려워 생활수준 높이지만 대량실업 초래
AI에 적응할 시간 몇년 안 남아… 안전장치 마련 등 나서야” 촉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경제학자와 AI 연구자 200여 명이 13일(현지 시간)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We Must Act Now)’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미국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 주관으로 에릭 브리뇰프슨 스탠퍼드대 교수 등 경제학자 4명이 주도해 작성했다. 앤스로픽, 구글, 오픈AI 소속 과학자와 임원들도 서명에 참여했다.
3개 항, 네 문장으로 구성된 성명은 “AI 변화는 산업혁명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더 크게 펼쳐지는 경제 전환을 몰고 올 수 있다”며 “AI가 생활 수준을 크게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대규모 일자리 대체와 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견해차 넘어 한목소리 낸 석학들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온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낙관론자인 브리뇰프슨 교수 등 주요 경제학자들이 견해차를 넘어 동참한 점도 눈길을 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AI의 위험을 줄이고 노동자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자는 요구에 동참해 기쁘다”고 밝혔다. 브리뇰프슨 교수는 “AI 역량은 우리가 그 경제적 파장을 이해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전환의 불확실성에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AI 안전성 평가기관인 METR의 톰 커닝햄 연구원은 “안갯속을 달리듯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공동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 미국 뉴욕대 명예교수도 “AI 발전의 규모와 속도, 경제적 영향 모두 불확실하다”며 “AI를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려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컴퓨터과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받은 딥러닝 개척자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X(옛 트위터)에 “AI의 미래를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사회가 민주적 논의를 거쳐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썼다. 이날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피터 하윗 브라운대 명예교수, 스펜스 명예교수 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이번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성명 발표에 참여했다.
● 현실이 된 AI발 고용 위기
경제학계의 위기감은 AI로 인한 고용 감소가 현실화되면서 점점 커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올 5월 8000명 감원을 발표하며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마존도 올해 창사 이래 최대인 3만 명 안팎을 줄였고, 앤디 재시 CEO는 “AI가 업무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대규모 인력 재편에 나섰다.
이와 달리 아마존과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데이터센터·AI 인프라 자본 지출은 지난해보다 77% 늘어난 7250억 달러(약 108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은 줄이면서 AI 설비 투자를 대폭 늘리는 흐름이 뚜렷한 것이다.
고용 충격은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층부터 나타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미국 대졸 신입 실업률은 5.6%로 상승했다.
청년층 고용 한파 조짐이 뚜렷해지자 미 연준도 9일 AI가 생산성과 고용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번 성명을 조직한 앤턴 코리넥 버지니아대 교수는 “증기기관과 전기, 컴퓨터는 사회가 적응할 시간을 수십 년 줬지만 AI는 몇 년밖에 주지 않을 수 있다”며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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