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500원 신화’ 인연, 조선소 찾은 英공주

최원영 기자 2026. 7. 1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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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거북선 지폐’로 英지원 설득
英 왕실 방한때마다 울산 조선소行
李대통령 “모친 찾은 안동이 제 고향”
앤 공주 “양국 다양한 해양협력 진행”
14일 영국 앤 공주와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HD현대 제공
“대단한 조선소(Great shipyard)네요.”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여동생 앤 공주가 14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직접 찾아 건조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살펴봤다. 13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앤 공주 일행이 직접 찾아간 국내 기업은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1980년대 영국 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앤 공주와 서울 올림픽 유치를 위해 활동하던 정주영 HD현대 창업주가 악수하는 모습. HD현대 제공
앤 공주의 방문 이후 영국 왕실과 HD현대중공업의 인연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앤 공주는 이날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함께 선박, 특수선 건조 현장과 엔진 공장 등을 두루 둘러봤다. 앤 공주는 서울 올림픽 유치를 위해 영국에서 홍보 활동을 하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1983년 만난 적이 있다. 43년 만에 손자인 정 회장을 만난 것이다.

이날 앤 공주는 궁금한 점을 수시로 질문했고, 정 회장과 이상균 부회장, 주원호 사장 등 HD현대중공업 경영진이 직접 기술력을 소개했다. 정 회장은 앤 공주와의 접견에서 “영국은 단순한 협력 국가가 아닌, HD현대의 시작을 함께한 특별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HD현대중공업은 영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정 명예회장은 1971년 조선소 건립을 위해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돈을 빌리러 갔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은행용 추천서를 받기 위해 영국 조선업계의 거물인 찰스 롱보텀 A&P 애플도어 회장을 찾아가 500원짜리 지폐 속 거북선을 보여주며 “한국은 영국보다 300년 앞서 철갑선을 만들었다”고 설득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또 정 명예회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은 울산대는 1971년 한국과 영국 정부의 협력으로 설립됐다. 정 명예회장은 양국 무역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1977년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받았다.

이런 인연으로 영국 왕실의 주요 인물들은 한국을 찾을 때마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찾고 있다. 1992년에는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 국왕이, 2008년에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현재는 왕자 자격 박탈)가 이 회사를 찾았다.

앤 공주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공주님 모친(엘리자베스 2세 여왕)께서 안동을 방문했는데 거기가 제 고향”이라고 인사했다. 이어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에 들르셨다는데 영국하고 인연이 많죠”라고 물었다. 앤 공주는 “한국과 영국이 다양한 해양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앤 공주는 이날 오전에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유엔기념공원에 묻힌 6·25 유엔군 참전용사 2339명 가운데 1598명이 영국 등 영연방 출신이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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