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 '몸값' 폭등…한국 주식보다 50%가량 비싸졌다
전날 9.3% 급락 딛고 장중 최대 23% 반등…낙폭 대부분 만회
美 옵션시장 거래 개시로 투자 접근성 확대…거래 활기
나스닥 "해외 기업 미국 상장 수요 가늠할 대표 사례"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ADR(미국주식예탁증서)이 한국 증시에 상장된 보통주보다 46%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상장 사흘 만에 프리미엄이 50%에 육박했다. 전날 국내 증시 급락 여파로 9% 넘게 밀렸던 ADR이 하루 만에 장중 20% 이상 급반등한 데다 미국 옵션시장 거래까지 시작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나스닥에 ADR 형태로 상장했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하며 올해 글로벌 최대 규모 주식 발행 가운데 하나를 기록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상장 직후부터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거래량도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 1주는 보통주 10분의 1주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ADR이 서울시장 보통주보다 일정 수준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프리미엄이 40%를 넘어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가격 차이가 한국 보통주를 ADR로 자유롭게 전환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자산이 두 시장에서 서로 다른 가격에 거래되면 차익거래를 통해 가격 차이가 빠르게 줄어들지만, SK하이닉스 ADR은 보통주와의 전환에 제약이 있어 미국 시장의 강한 매수세가 그대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날 ADR 급등에는 미국 옵션시장 거래 개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부터 SK하이닉스 ADR 옵션이 미국 옵션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하면서 세계 최대 파생상품 시장의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SK하이닉스에 투자하거나 위험을 헤지할 수 있게 됐다. 옵션 거래 개시는 기관투자가와 헤지펀드 등의 참여를 확대하고 거래 유동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투자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상장 초기 변동성이 컸던 배경으로 AI 관련 종목 전반의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반도체 투자 사이클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우려를 꼽았다. 실제로 전날에는 한국 반도체주 급락과 맞물려 ADR도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하루 만에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은 해외 기업들의 미국 증시 진출을 가늠하는 대표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넬슨 그릭스 나스닥 사장이 SK하이닉스의 성공적인 ADR 상장이 다른 해외 기업들의 미국 기업공개(IPO)나 ADR 발행 검토를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자본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높은 기업가치 평가를 바탕으로 해외 기업들의 미국 상장 수요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ADR의 거래 흐름이 향후 해외 기술기업들의 미국 상장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와 반도체 분야 기업들의 경우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ADR 시장이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현재의 높은 프리미엄은 상장 초기 수급에 따른 현상인 만큼 거래가 안정되고 유동성이 확대되면 장기적으로는 한국 보통주와의 가격 차이가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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