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희귀유전질환 대물림 예방 PGT-M···검사까지 404일, 출산까지 ‘긴 여정’
검사법 제작에만 평균 230~250일
세팅·배아검사 각각 370만원대
임신 뒤에도 산전확진검사 제안

"진료실에서 아이를 더 갖고 싶지만 같은 질환이 다시 발생할까 봐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부모님들을 많이 만납니다. 착상전 유전검사는 이런 분들께 의학이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과장
희귀유전질환 가족의 임신·출산 선택지로 활용되는 착상전 단일유전자질환 검사(PGT-M)는 배아를 한 차례 검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원인 변이를 확인한 뒤 가족별 검사법을 새로 만들고 체외수정을 거쳐야 하며 서울대병원에서는 검사 의뢰부터 실제 배아검사까지 평균 404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진단검사의학과·임상유전체의학과는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희귀유전질환의 진단과 예방의 새 지평'을 주제로 착상전 유전검사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그간 축적한 PGT-M 경험과 진단부터 출산까지 이어지는 다학제 진료 과정을 소개했다.
원인 변이 못 찾으면 검사 설계도 못 해
PGT-M은 환자나 가족에게서 확인된 특정 단일유전자질환의 원인 변이가 배아에 유전됐는지를 착상 전에 살펴보는 검사다. 먼저 질환을 일으킨 원인 변이를 찾아야 하고 필요한 경우 부모 등 가족 검체를 분석해 변이가 어떤 유전표지와 함께 전달되는지 확인한 뒤 해당 가족만을 위한 검사법을 새로 설계한다.
이승복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도입 이후 희귀질환 진단이 단일유전자검사에서 유전자 패널·전장엑솜분석·전장유전체분석으로 확대됐지만 여전히 원인 변이를 찾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원인 변이를 특정하지 못하면 배아에서 무엇을 검사해야 할지 정할 수 없어 PGT-M 검사법도 만들기 어렵다. 기존 검사에서 원인을 찾지 못한 환자는 유전체 자료 재분석이나 추가 검사를 통해 진단 가능성을 다시 모색할 수 있지만 모든 환자의 원인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마다 검사법 새로 제작···평균 230~250일
원인 변이를 확인해도 곧바로 배아검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장주원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같은 질환이라도 가족마다 변이 위치·주변 유전표지·확보할 수 있는 가족 검체가 달라 검사법을 처음부터 설계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아에서 떼어내는 세포는 극소수다. 유전물질을 증폭하는 과정에서 한 쌍의 대립유전자 가운데 한쪽이 검출되지 않는 대립유전자 소실(ADO)이 발생하면 실제 변이가 있는데도 없는 것으로 잘못 판단할 수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원인 변이를 직접 검사하는 동시에 주변에서 함께 유전되는 연관표지를 분석한다.
서울대병원 자료에 따르면 가족별 PGT-M 검사 세팅에는 평균 230~250일이 걸렸다. 빠른 사례는 약 50일 만에 끝났지만 유전자 구조가 복잡한 사례는 2년 가까이 소요됐다. 의뢰부터 실제 검사까지 전체 소요기간은 평균 404일·중앙값 372일이었다.
장 교수는 최근 PGT-M 의뢰가 늘고 있지만 전담 인력이 없어 검사 준비기간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PGT-M은 한 번 만든 검사법을 다른 가족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가족별 설계와 검증을 반복해야 한다.
난임 없어도 과배란·난자채취···배아 확보도 관문
검사법이 완성되면 여성은 과배란과 난자채취를 포함한 체외수정 과정을 거친다. 부부에게 난임 요인이 없더라도 착상 전에 배아를 검사하려면 난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하고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해야 한다.
하지만 난자를 많이 확보했다고 모두 이식 가능한 배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난자는 수정되지 않고 일부 배아는 배반포까지 발달하지 못한다. 배아가 만들어져도 질환 관련 변이가 확인되거나 검사 결과가 불분명하면 이식 후보에서 제외될 수 있다.
심포지엄에서 소개된 뒤센근이영양증(DMD) 가족 사례에서는 영양외배엽 검체 7개 가운데 질환 관련 연관표지가 음성으로 판정된 검체는 2개였다. 3개에서는 관련 표지가 양성으로 확인됐고 1개는 대립유전자 소실, 1개는 유전자 증폭 실패로 결과를 확정하지 못했다. 배아를 확보한 뒤에도 유전적 선별과 기술적 한계를 거치며 실제 이식 후보가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이 가족은 질환 관련 음성 결과를 확인한 뒤 임신·출산까지 이어진 성공 사례다.
난소예비력이 낮아 한 번에 난자가 한두 개밖에 나오지 않는 환자는 여러 차례 만든 배아를 동결해 모은 뒤 한꺼번에 검사하기도 한다. 김만진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는 배아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검사 뒤 이식 가능한 배아가 남지 않아 출산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부담도 크다. 김성우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가족별 PGT-M 검사 세팅 비용이 약 370만원, 실제 배아검사 비용은 검사할 때마다 약 370만~380만원의 비급여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과배란·난자채취·배아 배양·생검·동결·이식 등 체외수정 과정이 이어진다.
임신 뒤에도 산전확진···"배아검사로 끝 아냐"
배아에서 해당 질환 관련 변이가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검사가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PGT-M은 소수의 배아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립유전자 소실·배아 모자이크·유전자 재조합·증폭 실패 등에 따른 잔여오류 가능성이 남는다.
김지회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PGT-M 이후 임신에서는 융모막융모검사(CVS)나 양수검사를 통한 확진 산전진단을 제안하는 것이 표준 진료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사 방법과 시행 여부는 질환의 중증도·발현 시기·검사별 장단점·환자의 판단을 종합해 결정한다.
융모막융모검사는 임신 10~13주 태반의 융모막 조직을 검사해 비교적 일찍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양수검사는 임신 15~18주 양수에 있는 태아 유래 세포를 검사한다.
ASRM 등 국제 지침도 PGT-M의 오진 가능성과 한계를 사전에 설명하고 임신 후 융모막융모검사나 양수검사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산전검사를 제안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PGT-M은 해당 가족에서 확인된 특정 변이를 표적으로 삼는 검사다. 검사에서 해당 변이가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다른 유전질환이나 염색체 이상까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배아·태아 유전자검사 허용 질환이 확대되는 것과 별개로 원인 변이 확인·가족별 검사 제작·반복될 수 있는 체외수정·비급여 비용·임신 후 산전확인까지 환자가 거쳐야 할 과정이 여전히 길다는 점을 보여줬다.
☞대립유전자 소실(ADO)=유전물질을 인위적으로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한 쌍의 대립유전자 중 어느 한쪽이 검출되지 않고 누락되는 현상을 말한다. 극소수의 세포만 떼어내 진행하는 배아검사에서 발생할 경우 오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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