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집값에…‘文 부동산 트라우마’ 마주한 李대통령
집권 후 대출·거래 규제 전면에…서울 ‘트리플 상승’ 지속
野 “문재인 시즌2” 공세…與 내부도 2028년 총선 위기감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수요를 통제하면 비정상적 집값 상승이 없을 것으로 봤는데 시장은 달리 봤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인식했다."
2021년 12월7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정부는 금융·대출·거래 제한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 신호로 받아들여 풍선효과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로부터 약 4년7개월 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던 '후보 이재명'이 '대통령 이재명'이 돼 같은 숙제를 마주한 모습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시에 오르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의 부동산 실패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시즌2"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2028년 총선을 앞둔 여당 내부에서도 부동산 민심에 대한 위기감이 감지된다.

거래 규제에도 집값 상승에…野 "문재인 시즌2"
부동산 문제는 역대 정권의 난제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20여 차례에 걸친 대책에도 집값 급등을 막지 못하면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부동산 민심 악화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등이 겹친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모두 국민의힘에 내줬다. 이듬해 대선에서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부동산 정책이 선거 패배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지만, 수도권 민심 이반을 부른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2월 평산책방TV에서 "우리가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조기대선에서 '부동산 공급 확대와 시장 기능'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유휴부지 개발 등 공급 확대를 부동산 공약의 중심에 뒀다. 세금과 대출 규제로 수요를 누르기보다 충분한 주택을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집권 이후 실제 부동산 대응에서는 대출과 거래 규제가 먼저 전면에 섰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차단했다. 같은 해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고가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4억원으로 낮췄다. 공급 대책도 병행했지만, 집값 과열에 대한 단기 처방의 중심은 후보 시절 비판했던 수요 억제책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시장 반응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좀처럼 뚜렷한 안정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30%, 전세가격은 0.31% 올랐다. 매매와 전세가격 모두 74주 연속 상승해 문재인 정부 당시 기록한 85주 연속 상승에 근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동산 시장에선 매매·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트리플 상승장'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11%, 전세가격은 6.8%, 월세가격은 6.6% 상승했다. 상승세는 강남권을 넘어 강서, 강북 지역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야당은 공급 대책 없이 대출과 거래만 억제한 결과라고 비판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역대급으로 집값을 올려놓고 전월세 시장까지 불안하게 만든 데 이어 이제는 집도 못 사게 만들고 있다"며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보호를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앞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문재인 시즌2"라고 규정하며 "서울 아파트값이 강남까지 폭등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14일 국무회의 참석 후 브리핑에서 "서울 주택시장은 매매가뿐 아니라 전세와 월세까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상승 위기에 직면했다"며 "수요 억제 정책에서 벗어나 공급 확대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와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장기보유특별공제 유지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與 "尹정부 공급 실패 영향"…내부선 '총선 공포'도
여당은 집값 상승 책임을 출범 1년여 된 현 정부에만 돌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한다. 주택은 인허가부터 착공·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공급 부족은 윤석열 정부 시절 누적된 공급정책 실패의 영향이 크다는 논리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지방선거 정책토론회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찾아온 수도권 공급 불안과 주택가격 상승은 전 정부의 공급정책 실패로 이미 예견된 미래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오세훈 시장이 약속했던 서울 주택 공급도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며, 국민의힘과 서울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공급·금융·세제를 아우르는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가 14일부터 사흘간 분야별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직접 주재한다.
이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집값 잡으려고 세금을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세제도 정상화가 세제 개편의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세금을 집값 억제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대선 당시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왜곡된 공제제도를 손질해 투기 유발 요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여권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패한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강벨트와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민심 이반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6월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 비공개 회의에서는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으며 이는 잘못된 방향"이라는 지적과 함께 공급 및 전·월세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진다.
여권에서는 부동산 민심이 2028년 총선의 수도권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급등이 서울·수도권 민심 이탈과 잇단 선거 패배로 이어졌던 만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규제에 치우치지 않은 공급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의 민주당 한 의원은 "먹고 사는 문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때 국민은 어김없이 회초리를 든다"며 "다만 부동산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부와 여야가 같이 '링'에 올라 민생을 위해 뛰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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