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하러 20분 달려왔습니다”...수소차 5만 시대 코앞, 차주들은 한숨

김진영 기자 2026. 7. 1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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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수소차충전소. /김진영 기자

“반차까지 내고 충전하러 왔어요. 수소차 차주는 마음 놓고 충전도 못 하네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수소차 충전소에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차량 60여 대가 드나들었다. 이날 오후 2시쯤 만난 서울 강남구 직장인 유모(38)씨는 역삼동에 있는 직장에서 이곳까지 차로 20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유씨가 반차를 내고 이곳까지 온 이유는 웬만한 수소차 충전소가 밤 10시 전에는 문을 닫아 편히 충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씨는 2년 전 중고로 수소 승용차를 구매했지만 지금은 이를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유씨는 “정부에서 수소차를 독려하기도 하고 환경을 생각해 구매했는데 정작 수소차를 몰아보니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며 “늦게까지 운영하는 충전소도 없고 서울에 있는 수소차 충전소가 손에 꼽는다”고 토로했다.

환경을 생각해 수소차를 구매했던 운전자들이 충전소 사각지대에 놓여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충전소가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 일부 운전자들은 ‘수소 충전 원정’까지 나서고 있다. 현재 서울에 있는 상업용 수소차 충전소는 9곳으로, 서초구, 마포구, 영등포구, 강동구, 강서구, 중구, 도봉구 등에 들어서 있다. 이 중 3곳은 강서구에 몰려 있다.

3년 전 수소차를 중고로 구매했던 자영업자 오모(29)씨도 비슷한 실정이다. 3000만원 수소차 지원금 혜택을 받고 수소차를 샀다는 오씨는 “수소차로는 장거리 운행도 겁이 난다”며 “한번 충전하면 최대 550~600㎞까지 주행할 수 있지만 충전소 자체가 적고 예약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지비 또한 부담된다고 했다. 오씨는 “4년마다 돌아오는 고압 용기 내압 검사 비용만 해도 27만원”이라며 “주기적으로 이온 필터 교체 등까지 고려한다면 유지비가 내연기관차 못지않다”고 했다. 수소차는 사고 등의 위험으로 별도 내압 용기 검사가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다.

앞서 정부는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바탕으로 수소 승용차를 혁신성장 핵심 축으로 밀어붙였다. 보조금을 대폭 지원하며 수소 승용차 구매를 국민들에게 독려했다. 하지만 수소차보다 전기차가 더 빨리 대중화하자 정책 기조 역시 수소차보다 전기차로 넘어갔다. 전기차를 확대하고 수소차는 버스·트럭 등 상용차를 중심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전환된 것이다.

정책 변화로 충전소 인프라 확충도 더뎌졌다. 최근 정부는 수소차, 수소충전소 등 보급 지원 예산을 전기차 보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8월쯤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검토되고 있는 예산은 수소차 보급 보조금(올해 예산 5762억원), 전기충전기 보급 지원(4517억5000만원), 수소 충전소 보급 지원(1743억원) 등이다.

한편 국내 수소 승용차 대수는 5만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수소연합에 따르면 국내 수소차는 지난 6월 기준 총 4만7745대로 집계됐다. 이중 90% 이상이 ‘일반 개인 및 비사업용 승용차’로 알려졌다.

수소 소비량 또한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수송용 수소 소비량은 5595t, 2024년 9198t으로 집계됐다. 2025년은 1만5163t으로 추산됐다. 올해는 지난 5월 기준으로 8297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 높은 수치다.

수소차가 늘고 있는 배경에는 인프라 부족 등으로 수소차 중고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되레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가 ‘2월 중고차 평균 판매 기간’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의 수소 전기차 ‘넥쏘’의 평균 판매 기간이 16.9일로 가장 짧았다. 넥쏘는 신차 가격이 보조금을 반영하면 4000만원 수준이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풀옵션 차량도 최저 1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수소차가 첫 출시될 당시에는 정부 지원금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했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 중고차 시장에서 헐값에 팔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수소차 생산 라인을 만들었는데 단기간 수요에 대응해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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