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창업 꿈꾸는 전라도 청년의 꿈 이루도록 돕겠다”

광주일보 2026. 7.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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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디자인 회사 ‘빛나는’ 박시영 대표
‘왕사남’ ‘HOPE’ ‘군체’ 등 제작…3년 전 바닷마을 고흥 정착
전라도 청년들 위한 프로젝트 시작…‘대안적 삶의 모델’ 강조
전라도 매력에 빠져 고흥에 3년째 거주중인 박시영 디자이너. <본인 제공>
“요! 전라도 사는 아그들은 들으시오. 그라고 널리 알리시오!”

16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비롯해 ‘관상’, ‘곡성’, ‘건축학개론’ 등의 포스터를 제작한 박시영(49) 디자이너가 지역 청년들을 응원하고 나섰다. 전라도에 사는 디자인과 학생, 로컬 기획자, 창업준비생 등을 위한 프로젝트 시작을 알리는 글을 개인 SNS에 올린 그는 전라도의 ‘똘똘한’ 인재들이 모이면 꽤 재미있는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중이다.

영화 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빛나는’의 대표로 서울에서 오래 작업해온 그는 ‘바닷마을에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거제와 남해 여수 등 바다를 품은 여러 지역을 여행했고 3년 전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고흥에 정착했다.

“고흥은 쓰러져가는 시골집, 평범한 도로마저도 너무 예뻤어요. 이곳이라면 평생 질리지 않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착하고 친절해서 좋았습니다. 서울에 살 땐 끊임없이 스스로를 옭아맸어요. 늘 절박하게 일했죠.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업무 특성상 서울을 떠나면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질거란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잘 먹고 잘 자고 마음껏 산책하고 바다에서 수영하는 일상 속에 되려 일도 늘어나고 하는 것마다 다 잘됐죠.”

박 대표는 프로젝트 주제를 ‘내가 전라도에서 이걸로 돈벌어 먹고 살고 싶다’로 정했다. 이 주제로 글을 써 메일로 보내면 세미나와 각종 강의를 통해 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지역에서 먹고 살 수 있는,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겁니다. 온 나라가 서울에 못 올라가면 실패한 것처럼 말하는 와중에 우리 머리 한번 맞대보자는거죠. 지역이 가진 특유의 패배주의를 없애고 청년들에게 외부자의 시선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경북 구미에서 태어났지만 여수 출신 아버지 덕분에 전라도 사투리와 특유의 살가운 유머를 익숙하게 접하며 자랐다. 그는 “근대화 이후 방치돼온 전라도에서 ‘가난’을 목격했지만 그 안에서 유머와 명랑함 위엄까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사를 짓고 작업도 하며 바라본 지역의 문화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매번 비슷한 방식을 답습하는 지역 축제, 어김없이 등장하는 야시장,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모든 행사가 기존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수와 완도, 고흥, 진도, 통영에 이르는 남해안 벨트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라인’에 버금가는 풍경을 갖고 있어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이 고유한 풍경을 살려야 하는데 표준화된, 익숙한 방식만 답습해나가는 게 아쉬웠습니다. 남해안이 가진 독특함과 유일함은 서울을 비롯해 그 어느 곳도 따라할 수 없어요. 이걸 활용해야 합니다. 서울에 없는 희귀한 것, 익숙하지 않은 다른 풍경이 지역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서울에 큰 전시장이 있으니 지역에도 지어야 한다든가 정착시키기 위해 출산장려금 수백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역에 문화센터 하나 짓는 것보다 2030세대에게 서울행 KTX 티켓을 무료 제공해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문화를 경험해보라는거죠. 서울에 가서 숙박도 하고 데이트도 하며 문화가 뭔지 느끼게 해야 해요. 무엇보다 서울로 가는 ‘턱’이 없어져야 합니다. 앞으로는 이동의 자유가 훨씬 늘어날 겁니다. 지역에 ‘정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을 오고갈 수 있게 하는 게 더 중요하죠.”

박 대표는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선 ‘대안적 삶의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을 정착하게 만들려면 지역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우리 지역에서는 돈도 벌고 아이들 대학도 보내며 남부럽지 않게 잘 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지역에 산다는 게 삶을 희생하는 일이 되어선 안 돼요. 오히려 대도시 인프라를 포기하고 내려오는 만큼 ‘더 잘 살 수’ 있어야 하죠. 지역에 정착하는 게 곧 행복이 되는 것 이게 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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