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AI시대인데 화염병 들던 분들이”

정치에서 세대교체는 단골 메뉴다. 토니 블레어는 보수당의 18년 집권을 비판하며 ‘세대 교체’를 주장했고, 43세에 총리가 됐다. 그러나 10년 집권 후 퇴임 무렵에는 노동당에서도 세대교체 요구가 나왔다. 블레어는 “경륜이 없는 세대 교체는 재앙”이라고 맞섰다. 39세에 총리가 된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도 자신을 퇴물 취급하는 신진 세력에게 “정치를 SNS로 배울 순 없다”고 했다. 장강(長江)의 뒷물 때와 앞물 때의 생각은 달라지는 법이다.
▶1969년 신민당 김영삼(42)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40대 기수론’에 김대중(44), 이철승(47)이 호응했다. 신민당 원로들은 “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구상유취·口尙乳臭)”고 했지만 시대 흐름을 막진 못했다. 김영삼, 김대중도 노년에 세대교체 요구에 직면했지만, “결단력” “준비된 대통령”같은 말로 경륜을 강조했다.
▶양 김은 대통령이 됐을 때 ‘젊은 피’를 앞세웠다. 김영삼은 96년 총선에서 재야의 이재오, 김문수, 이우재와 검사 홍준표를 영입했다. 보수 정당은 4년 뒤 오세훈, 원희룡, 남경필을 추가 영입했다. 김대중은 2000년 총선 때 송영길, 우상호, 임종석 등 총학생회장 출신들을 영입했다. 그때 ‘젊은 피’들은 향후 30년 정치의 주력이 된다.
▶요즘 민주당에선 86세대가 미래 세대의 앞 길을 막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을 지낸 김보미(36) 후보가 세대교체를 요구하며 출마했다. 12일 그녀가 연단에 서자 정청래,김민석,송영길 86 후보들은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김보미 입에선 불화살이 쏟아졌다. “지금 민주당은 공정, 민주, 세대교체, 미래, 청년이 없는 5무(無) 정당”이라며 “민주화 운동이 정치를 40년, 50년 독점할 권한이 될 수는 없다. AI시대에 화염병과 짱돌 들던 분들이 아직도 정치의 주축”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686, 786, 886까지 갈 거냐. 미래를 준비할 정당이 과거에만 복수한다. 아름다운 이별을 하자”고 했다. 86들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나가라”는 야유도 나왔다. 86 정치인들도 한때는 김보미였다. 30대 정청래는 “청년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고, 20대 김민석은 “기성 정치가 청년을 좌절시킨다”고 했다. 그때 기성세대를 비판했던 ‘젊은피’가 이젠 ‘고인물’이 됐다. 김보미는 2030 대책으로 청년 최고위원직 부활을 요구했지만, 이틀 뒤 민주당은 청년 최고위원 안건을 부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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