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천공항 역사의 산증인’ 고영호 보안경비팀 계장
스물다섯 설렘, 25년 자부심으로
“청춘 머문 인천공항, 내 삶 그 자체”
2000년 공사현장부터 여객 10억명 돌파까지
코로나 이후 보안 시스템, 최첨단 디지털로
공항 위상과 함께 달라진 주변의 시선 뿌듯해

2001년 3월 29일, 대한민국의 하늘길을 새로 열며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이 지난 7일 전 세계 공항 역사상 ‘최단 기간 누적 이용객 10억명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20배에 달하는 여행객들이 이 공간을 거쳐간 셈이다. 인천공항 건물의 뼈대만 세워졌던 2000년에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입사해 현재까지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항의 안전을 지켜온 인물이 있다. 바로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경비팀의 고영호(51) 계장이다. 스물다섯 나이에 인천공항에 첫발을 내 딛은 그는, 이제 공항과 함께 성장한 베테랑 직원이 됐다. 인천공항의 산증인 고영호 계장을 만나 그가 기억하는 인천공항 이야기를 들어봤다.

■ 웅장했던 첫 문, 그 신세계의 기억
고 계장의 하루는 인천공항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재 그는 보안경비팀에서 항공경비 요원들을 관리하고, 현장을 통제하는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 인천공항 내 사건·사고를 가장 먼저 마주하는 직책인 만큼 늘 긴장된 얼굴로 일하지만, 공항 첫 출근날을 떠올리는 그의 표정에서는 희미한 미소가 엿보였다. “2000년 당시에는 개항을 1년여 앞두고 인천공항 건물의 뼈대가 막 세워지고 서서히 형태를 갖춰가던 시기였죠. 그때부터 인천공항 내 특정 구역들이 하나둘씩 ‘보안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 시작했는데, 저희는 인원을 투입해 내부 공사 현장과 외부 경계를 통제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특히 활주로(에어사이드) 쪽이나 건물에서 활주로로 나가는 핵심 지점들은 보안상 가장 중요한 곳들이라, 공사 단계부터 아주 엄격하게 라인을 긋고 관리를 했습니다.”
고 계장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2001년 3월 29일 인천공항의 첫 모습은 그야말로 ‘웅장한 신세계’였다. 당시만 해도 영종도는 인천 앞바다의 황량한 섬이었다. 그 중심에 들어선 인천공항 청사는 보는 이들을 단숨에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기존의 김포공항과는 규모나 구조 면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차원이 다른 웅장함이었다는 게 고 계장의 설명이다.
“섬에 이런 세계적인 규모의 공항이 세워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놀라움이었습니다. 승객들도 인천공항에 들어서자마자 그 거대함에 다들 화들짝 놀라곤 하셨죠. 지금의 화려한 디지털 사이니지 같은 첨단 기기들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건물의 골격과 웅장함은 2001년 개항 당시 모습 그대로입니다. 당시 인천공항을 찾은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가 열린 듯한 강렬한 인상이었을 겁니다.”
개항 첫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인천공항을 통해 대한민국에 발을 디딘 ‘첫 승객’들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공항의 문이 열리고 첫 입국 승객들에게 환영과 축하의 꽃다발이 전달되는 대대적인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당시에는 직책이 낮아 저 멀리 뒤쪽에서 승객들이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으며 공항을 나서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활기차게 걸어나가는 승객들을 멀리서 바라보는데 참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도 언젠가 저분들처럼 이 멋진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보고 싶다’는 부러운 마음과 설렘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 아날로그에서 로봇 순찰의 시대까지
2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천공항의 보안 시스템은 아날로그에서 최첨단 디지털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고 계장은 개항 초기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던 완전한 ‘아날로그 시대’로 기억한다. 지금은 승객들이 출국장에 진입할 때 바코드나 스마트패스를 이용해 순식간에 통과하지만, 당시에는 보안 요원들이 여권과 탑승권을 일일이 손으로 받아 눈으로 대조하고 수기로 확인해야 했다. 늘어선 인파를 한 명씩 대조하다 보니 현장의 피로도가 상당했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당시 한국으로 원정 성형을 오는 외국인 승객들이나 국내 승객들이 수술 후 얼굴 부기가 채 빠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권을 재발급 받지 않고 출국을 하러 오시곤 했어요. 여권 사진 속 얼굴과 현장에 서 있는 승객의 얼굴이 완전히 다르니, 일일이 물어보고 본인임을 확인하느라 현장에서 직원들이 진땀을 빼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현재 인천공항의 보안 영역은 지능형 CCTV와 로봇 도입 등 첨단화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고 계장은 특히 공항 외곽 울타리 경비 부문에서의 기술 발전을 크게 체감하는 중이라고 했다. 개항 초기만 해도 이 넓은 구역을 보안 요원들이 차량을 타고 돌며 육안으로 감시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울타리 전역에 설치된 지능형 CCTV가 거동 수상자의 움직임이나 이상 징후를 먼저 포착해 상황실로 실시간 전송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인천공항은 차량 순찰 업무를 무인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 코로나19 암흑기를 지나 마주한 여행 문화의 변화
인천공항의 영광을 모두 지켜본 그에게도 전례 없는 위기였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사스나 메르스 시기에는 정부 통제가 심하지 않아 검역 관리 차원에 그쳤지만, 코로나19는 전 세계 하늘길이 완전히 막혀버린 대재앙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천공항은 24시간 불이 켜져 있던 운영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멈췄고, 사람이 타는 여객기 대신 물건만 실어 나르는 화물 항공기만 겨우 드나들던 암흑기였다. 항공사들은 구조조정을 겪었고, 면세점들도 승객이 없으니 문을 닫았다.
“그 넓고 늘 붐비던 공항 터미널 전체가 쥐 죽은 듯 고요하고 텅 비어있을 때는 솔직한 심정으로 ‘야, 이러다 정말 공항 망하는 거 아닌가’ 하는 위기감마저 들었습니다. 저희 보안 라인은 공항이 유지되는 한 돌아갔지만 주변 업체들이 무너지는 걸 보며 마음이 참 무거웠죠.”
인천공항은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최근 누적 이용객 10억명을 달성하며 다시 활기를 찾았다. 고 계장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승객들의 ‘여행 문화’와 ‘공항 패션’이다.
개항 초기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승객들에게 해외여행은 특별한 행사였다. 이에 정장을 차려입고 공항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대형 국적사 위주였기에 항공권 비용 부담이 커 여행 형태도 소규모 배낭여행이나 신혼부부 중심이 전부였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저가 항공사(LCC)가 활성화되며 여행의 문턱은 낮아졌고, 이제는 갓난아기부터 반려동물까지 온 가족이 함께 출국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승객들을 보면 집 앞 마실 나오듯이 슬리퍼에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오십니다. ‘주말에 일본 가서 우동 한 그릇 먹고 올까?’ 하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가 된 거죠. 반려동물을 데리고 함께 출국하는 모습도 흔해졌고요.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여행이 삶의 일상이 된 과정을 공항 현장에서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 “인천공항은 내 삶 그 자체…항상 세계 최고로 남기를”
그에게 ‘인천국제공항’이 갖는 의미를 묻자, 주저 없이 “내 삶 그 자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직 한 곳에서 25년 넘게 청춘을 바쳤고, 공항이 있었기에 가정을 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인정받으며 살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완전히 달라졌다.
“개항 초창기에는 지인들에게 인천공항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별 감흥이 없었어요. 오히려 ‘거기 저 멀리 영종도 섬 구석까지 출퇴근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안쓰러워하는 시선이 먼저였죠. 지금은 어디 가서 인천공항 다닌다고 하면 ‘우와, 너 진짜 좋은 직장 다닌다, 멋지다’ 하면서 다들 부러워 합니다. 인천공항의 위상과 가치가 올라가면서 저 같은 공항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완전히 달라진 거죠. 그럴 때마다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해외를 오가는 이들이 “역시 인천공항이 최고”라고 말할 때마다 마음이 뿌듯해진다는 그는, 인천공항의 미래와 승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앞으로 누적 이용객이 20억명, 30억명이 되더라도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의 이 명성과 품격이 계속해서 유지됐으면 좋겠습니다. 인천공항을 찾는 모든 분들이 언제나 안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한 추억만 담아가길 바랍니다.”

■고영호 계장은?
▲1975년 강원도 태백 출생
▲2000년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관리팀 입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경비팀 계장(공항 내 각종 사건·사고, 돌발 상황 예방·통제 업무 담당)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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