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첫 건강검진... “앗, 머리 속에 유물이”

허윤희 기자 2026. 7. 14. 18: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중박, 세계 최대 원통형 CT 도입
200년 된 통나무 사용한 것도 밝혀내
14일 원통형 CT 언론 공개회에서 보존과학부 학예연구사들이 보물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의 정밀 조사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1학년 키 정도인 1.2m 높이에 가부좌를 튼 불상이 검사대 위에 환자처럼 누웠다. 보물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 원통 안의 엑스선 발생 장치가 천천히 회전하며 촬영을 시작하자, 금빛 표면에 가려져 있던 부처님 속살이 모니터 화면에 나타났다. “여기, 머리 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 보이시죠? 복장물(腹藏物·불상을 조성할 때 내부에 넣는 유물)이 이렇게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대형 유물을 해체하지 않고 내부를 정밀 조사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원통형 CT를 도입했다. 14일 박물관 보존과학센터 방사선조사실에서 원통형 CT 작동을 시연한 양석진 학예연구사는 “크기가 커서 기존 CT로는 촬영할 수 없던 불상”이라며 “입수 당시 몸체의 복장물은 불상에서 분리된 상태였지만, 머리 내부에 또 다른 복장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처음 밝혀졌다”고 했다.

1.2m 높이에 가부좌를 튼 불상이 검사대 위에 누워있다. /뉴시스
14일 원통형 CT 언론 공개회에서 양석진 학예연구사가 보물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내부 모습을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세기 조선 불교 조각을 대표하는 이 불상이 박물관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건 처음이다. 머리 내부에선 종이 혹은 직물로 보이는 유물이 느슨하게 말린 상태로 확인됐다. 통나무 하나를 깎아 만든 방식, 얼굴을 따로 만들어 붙인 흔적 등 자세한 제작 기법도 밝혀냈다. 나이테 분석 결과, 수령 200년 정도 된 나무를 사용해 만들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새로 도입한 원통형 CT는 독일 디온도(diondo)사에 주문 제작했다. 장비 가격만 23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 장점은 유물의 안정성. 기존 CT는 검사대에 올려둔 유물을 회전시키며 촬영해야 했지만, 원통형 CT는 유물을 고정하고 엑스선 발생 장치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기존 장비로는 조사할 수 없었던 덩치 큰 문화유산도 검진이 가능해졌다. 직경으로는 최대 1.1m, 길이 3m에 이르는 유물도 촬영할 수 있다. 천주현 보존과학부장은 “발굴 직후 수습된 유물이나 손상이 심해 물리적으로 취약한 유물도 이젠 안전한 상태로 1300만 화소의 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14일 원통형 CT 언론 공개회에서 보존과학부 학예연구사들이 보물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내부 모습을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박물관은 “소형 장신구부터 대형 문화유산까지 여러 유물을 조사실 한곳에서 연구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며 “특히 대형 목조 불상과 전통 목가구 등 목재 문화유산의 연륜 연대 측정과 보존 연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976년 이쑤시개 하나 들고 시작한 국립박물관의 보존 과학이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장비를 갖추는 데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