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날려 본 정신과 의사 “주식 포모는 ‘전치 4주 고통’, 요즘 환자 늘어”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2026. 7. 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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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조태현의 생생경제’ 유튜브 캡처]
코스피가 연일 급락하면서 주식 손실을 호소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정신과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주식에 투자해 3억원 가량의 돈을 손실 본 경험을 공개했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종석 원장이 14일“지난주부터 주식 중독과 손실, 우울감을 호소하는 신규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조태현의 생생경제’에 출연해 “코스피 지수가 4배 이상 올랐다가 다시 매도 사이트카가 여러 번 떨어지면서 7000선이 깨졌는데, 이런 변화에 빠지면 욕망과 불안이 뇌를 마비시키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주식 문제로 오시는 신규 손님들이 너무 많아졌다. 주식 중독이나 주식 손실, 주식 우울증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그래서 ‘아, 이거 분명히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을 해 장을 열어보니 너무 많이 빠져있더라”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가 단기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진 가운데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손실을 인증하거나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투자자의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원장은 지난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2017~2018년 주식 투자 실패로 3억2000만원의 재산을 잃었던 경험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드물게 주식 중독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키우는 가장 큰 요인으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중요한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두려움)’를 꼽았다.

박 원장은 “단톡방에서 누군가 ‘SK하이닉스로 2억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뇌는 실제 신체적 통증과 비슷한 수준의 고통을 느낀다”며 “그 충격은 칼에 찔린 것과 불에 데인 것과 똑같고, 전치 4주 정도의 통증을 느끼는 뇌 부위가 증명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는 질투심이나 자존감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느끼는 사회적 통증(social pain)”이라며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서 주식 계좌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원인 중의 하나에도 포모 현상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심리적 단절이 커졌고, SNS 이용이 늘면서 타인의 성공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타인의 투자 성공이나 부를 과도하게 자신의 삶과 비교하면서 포모가 더욱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빨리 큰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친구가 ‘하이닉스로 2억원을 벌어 상급지 아파트로 이사 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흔들릴 수 있다”며 “하지만 이를 자존감과 연결해서는 안 된다. 단기간에 수천만원, 수억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도박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박 원장은 “레버리지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주식에 대해 인사이트가 있고 공부를 하고 준비된 사람이어야 하는데, 초보 투자자들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으로 준비가 됐었는지는 반성이 필요한 부분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박 원장이 만든 주식 중독 증세를 확인하기 위한 자가진단 14개 항목도 공유됐다.

△주식 투자로 근무 태도를 지적받은 적이 있다 △주식 때문에 가족과 다툰 적이 있다 △투자 뒤에 변명과 거짓말이 늘었다 △손실금 본전에 집착한다 △투자 목적으로 돈을 빌린 적이 있다 △선물 옵션, 2배 이상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 중이다 △꼭 필요한 돈을 주식에 투자한다 △단타 매매, 고위험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급등주 검색 프로그램을 쓴다 △주식을 위해 신용 미수 거래를 쓴 적이 있다 △투자 시작 뒤에 불면증, 불안 증세가 생겼다 △업무 시간에도 주식 창을 반복 확인한다 △주식 프로그램을 지우고 하루 만에 다시 설치한다 △월요일 장이 불안해 주말에도 마음이 불편하다 등 총 14개다.

박 원장은 이 14개 항목 중 5개 이상에 해당되면 주식 중독 위험군에 해당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식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자 화면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일상에서 건강한 즐거움을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박 원장은 “‘주식이 몇십 퍼센트 올랐다’, ‘상한가를 갔다’와 같은 물질적인 도파민에만 몰입하지 말고 운동이나 취미 등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한 도파민을 찾아야 한다”며 “주식 차트와 투자 앱을 잠시 멀리하고 본업과 일상에 집중하는 것이 중독을 끊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강의까지 했지만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었다”며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불안에 어떻게 행동하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변동성에만 휘둘리기보다 ‘나는 투자에 적합한 사람인가’, ‘1년 동안 투자금을 보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인가’를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며 “종목보다 자기 자신을 더 많이 공부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최고의 우량주는 자기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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